‘드림’ 이병헌 감독 “박서준X아이유 캐스팅? 타이밍 정말 좋았다”[M+인터뷰]
‘드림’ 이병헌 감독이 이번에는 살아있는 말맛 속 감동을 안고 돌아온 가운데 ‘홈리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졌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분)와 열정 없는 PD 소민(아이유 분)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 ‘극한직업’으로 1000만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은 ‘드림’으로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코미디 속 잔잔한 휴먼과 감동을 섞어 빵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따스함을 안겨줬다.
앞서 이병헌 감독은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말맛’을 포인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공감을 유발하는 이야기와 ‘말맛’이 살아 있는 재미로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모두 잡았다.
이번 ‘드림’에서는 이런 이병헌 감독의 ‘말맛’이 다시 한 번 돋보였다. 템포가 빠르면서도 센스있게 치고 빠지는, 또한 능청스럽고 유쾌하게 터지는 효과로 코미디적인 요소를 충분히 해냈다. 이와 함께 ‘홈리스 월드컵’ 속 선수들의 사연과 이를 코치하는 홍대의 성장, 자칭 열정리스지만 열정 가득했던 소민의 직업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감동까지 더해졌다. 더불어 ‘홈리스’에 대한 선한 영향력까지 펼치며 웃음과 감동을 꽉잡는 영화가 탄생했다.
▶ 이하 이병헌 감독과의 일문일답.
Q. ‘홈리스 월드컵’이라는 소재를 영화로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A. 2010년에 출전했던 이야기고, 실화이다. 이듬해 쯤인가 TV에서 교양프로그램에서 짧게 소개된 적이 있다. 영화에서 보셨던 그 대회에 가서 경기 내용들이 실제로 소개됐던 내용이랑 똑같다. 그 내용을 보면서 짧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감동도 있었다. 그런 부분들을 내가 아예 몰랐다. 그런 대회며, 노숙자에 대한 인식, 지금은 홈리스라고 표현하지만, 그런 거를 몰랐다는 것. ‘이정도로 몰랐다고?’라는 생각이 들더라. 몰랐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고, 그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도, 감동도 느꼈고, 대중 영화로 만들어서 소개해주는 효과도 있겠다 느껴서 안 할 이유가 없는, 꽤 재밌는 의미있는 기획이라고 느꼈다.
Q. 홈리스와 함께 ‘빅이슈’가 등장한다. ‘빅이슈’ 역시 당시 대회와 관련해 실제 있던 부분인가.
A. 빅이슈는 대회도 만들고 좋은 취지로 운영 중에 있다. 교양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됐다는 건 누군가 취재를 하고 했다는 거다. 그게 소민인거고, 홍대라는 캐릭터도 팀을 코치해주는 재능기부 형식으로 해주는 코치분이 실제로 있었고, 빅이슈 한국 지사 국장님도 실제로 있었다. 그 분하고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취재를 많이했다. 문자도 주셨다. 당시 빅이슈 본부장님께서 ‘개봉을 축하한다. 감독님의 열정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12년 전에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처음 만났던 이병헌 작가와 이소민 PD가 오버랩 되더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 껍데기에 소주 한번 대접하겠다’라고 방금 문자가 왔다. (웃음)
Q. 아이유가 미팅 당시 이병헌 감독이 ‘진짜로 할 줄 몰랐다’라고 했다더라. 박서준과 아이유의 캐스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서준씨도 그렇고 아이유씨도 그렇고 서로 타이밍이 정말 좋았다. 두분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를 하고 계셨다. 거기서 타이밍까지 맞아버리니까 운좋게 만남이 된 거다.
A. 서준씨는 ‘극한직업’ 이후에 다시 제작 진행을 하면서 당연히 1순위로 대본을 드렸다. 만나서 서준씨가 물어본 건 하나였다. ‘지금 쓰여진 시나리오에서 대회 경기 장면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궁금하다. 잘 그려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까 너무 지시어처럼 써놨더라. 스탭들이 움직일 수 있게끔. 사실 스포츠보다는 누구 이길 것이냐보다 감정에 대한 이야기인데, 경기장에서도 경기를 할 때 감정이 중요한 건데 설명이 잘 안됐구나 싶어서 수정한 거도 있다. 서준씨에게 밤새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했던 것 같다. 큰 어려움없이 해주셔서 나야 너무 감사하다. (웃음)
A. 아이유씨가 맡은 소민은 사실 원래 시나리오에서 홍대보다 나이가 많은 설정이었다. 그리고 우리 영화가 멀티캐스팅이다 보니까 아이유 같은 톱스타가 하기에는 안 맞는다기보다는 해주면 감사하지만, 그가 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리스트에 없었다. 한 스탭이 최상단에 아이유 사진과 이름을 올려놨다. ‘왜 아이유 사진이 맨 위에 있니?’라고 물으니 진심어린 표정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팬심에...’라고 하더라. 그게 너무 웃겼다. 생각해보니까 나도 팬인데, 그렇다면 우리 미친 척하고 넣어보자고 했다. 설마 그래도 이병헌 감독이 시나리오를 줬다고 하면 읽어보지 않겠냐 했다. 그가 한다고 그러면 시나리오는 그거에 맞춰 수정을 하겠다고 했는데 딱 일주일 만에 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그것도 서준씨와 마찬가지로 타이밍이 좋았다. 하고 싶던 타이밍이었고, 여러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착한 그런 영화를 찾고 있던 것 같더라. 미팅 했을 때 ‘시나리오 많이 들어오지 않으세요?’ 물어보니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드림을) 왜 하세요?’ 했더니 이야기가 가진 의미, 다른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서의 부담감이 좋았다고 하더라.
Q. ‘멜로가 체질’과 ‘극한직업’ 이후 ‘드림’이 차기작인 만큼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A. 이병헌의 차기작이기보다 ‘드림’이기 때문에 부담은 개인적으로 가져가는 거다. 또 다른 부담감은 어쨌든 ‘드림’이라는 것은 ‘극한직업’이라는 성공작이 있었기 때문에 투자 당시 가산점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그거로 인해서 밀려난 사람이 있을 거다. 1년에 투자사가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인 거니까. 그 사람이 밀려났다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겠냐. 재밌어야 한다는 유의미가 되고, 그 사람이 인정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더해져서 사실은 부담감으로 치면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에 최고인 것 같다.
Q. 이병헌 사단이라고 불릴 만큼 이병헌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함께했던, 부담을 덜어줬던 조연배우들의 역할도 눈에 띄었다.
A. 이거를 진짜 정말로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규모를 축소하고 싶은데 사단은 너무 크다. 소대나 조? 조까지는 괜찮다. 이병헌 조. (웃음) 그거를 축소해주시면 좋겠다. 사단이나 그런 거는 우리가 큰사이즈의 사람이 아니라 이병헌 조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그 사람들, 그 배우분들은 연기를 당연히 잘하니까 어울리는 역할이 있을 때 편하게 제안하고 스케줄이 맞으면 계속해서 같이 하는 것 같다.
Q. ‘드림’에는 ‘멜로가 체질’ 배우들의 특별출연이 반가웠다. 비화가 궁금하다.
A.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카메오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분들이 재미로 느낄지, 방해로 느낄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배치만 했던 것 같다. 한준우, 윤지온, 이학주를 같은 자리에서 회의하는 장면은 같은 사이즈로 커트커트하면서 등장을 하는데, ‘멜로가 체질’에 초반에 그들이 유명하지 않을 때, 비슷해서 헷갈린다는 평이 있어서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게끔 배치를 해서 섭외 할 때도 이런 걸 설명하고 우리끼리 재밌게 작업하고 캐스팅했다. 작품 활동에서 친해진 배우들을 다음 작품에서 짧게라도 만나고 싶은. 스케줄 내서 다같이 모이기도 힘들어서 그렇게 만나는 게 반가운 일이기도 해서 연락을 또 드리고 했었다.
Q. 이병헌 감독의 작품에서는 환동이, 홍대, 소민, 문수, 인국 등 같은 이름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A. 이제부터 안쓰려고 한다. (웃음) 작품이 쌓이면서 같은 이름이 반복된다는 걸 느껴버린 것 같다. 이제는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서 안되겠다는 걸 느꼈다. 그게 이제 이름을 짓는데 캐릭터를 만들고 하는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이 사람은 어떻게 살았고부터 이 극 안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별별 생각을 다하게 돼서 많이 뺏기게 되더라. 노동력을 줄이는 일환으로 친구들, 어린시절 같이 자란 친구들의 이름을 아무 생각없이 갖다 썼는데 세계관이라는 말이 나오더라. 그러려는 게 아니라 일이 벌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약간 당황도 하고 아차싶기도 해서 그 친구의 이름을 그만 쓸 때가 된 것 같다.
Q. 홈리스 월드컵이다 보니까 축구 연습도 필요했을 것 같은데, 이병헌 감독도 함께 준비하고 그랬을까.
A. 촬영 들어가기 두 달도 더 전부터 배우분들 만나서 풋살 경기장에서 또 연습 훈련을 했다. 코치분들을 불러서 같이 스트레칭도 하고 코치 받으면서 훈련을 했다. 연습량이 꽤 많은 편이었다. 나는 가서 들러서 인사를 하는 정도였다. 나는 운동을 잘 못해서 괜히 같이 하겠다고 덤비면 다치기만 한다. 옆에서 구경하는 정도였다. (웃음)
Q. 영화 초반 박명훈의 활약도 큰 재미 포인트였다. 눈을 찌르는 장면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
A. 이것도 속도감의 일환이다. 주먹으로 칠 수도 있고 발로 찰 수도 있다. 눈을 찌른 거는 그쪽으로 시선을 몰아가고 싶었던 게 있다. 시선을 빨리 뺏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당연히 말똥말똥 해맑게 쳐다보고 있는 킹받는 눈을 봤을 때 찌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마침 박명훈 배우님이 ‘기생충’에 나오셨는데, ‘저 눈이다’ 했다. 저 눈을 찔러야겠다는 생각이 정확히 들어서 제안했다. 이름 ‘해맑은’은 연출부의 아이디어이다. 또 박명훈 배우님께 눈을 크게 떠달라고도 디렉션을 한 적이 없는데 그렇게 하시더라. 눈찌르기 영상은 그건 시나리오에서부터 있었다. 2010년대 밈들이 나와서 유행이 있어서 그대로 쓴 거다.
Q. VIP 시사회 이후 어떤 평이 나왔나. 또 BTS(방탄소년단) 뷔와 정국이 등장해 화제였다.
A.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숙취가 있다. (웃음) 1차 뒤풀이가 끝났는데도 안가더라. 분위기가 좋으면 안간다. 우리끼리가 아니라 전부 다 너무 재밌게 봤다고 좋아하셨다. 극장 사정이 분위기가 이런 걸 알아서 조심스러운 건 있던 것 같다. 관객수를 논하지는 못했다. ‘일단 너무 재밌게 봤다’라고 하셨다. 뷔와 정국 씨는 가까이서 와서 인사를 했다. 자랑하는 거다. (웃음 천우희, 전여빈 씨 등등 다 오기는 했다. 같이 작업한 분들은 다 초대했다.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Q. 스포츠적인 요소를 가진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바운드’, 코미디적인 요소의 ‘킬링 로맨스’ 등 비슷한 장르의 작품들이 연달아 개봉했다.
A.우연히 겹친 거다. 스포츠 영화가 우르르까지는 아니어도 동시에 나온 적은 내 기억에는 없다. 그런 것들이 어떤 효과를 주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데이터가 없어서 좋은지 아닌지 모르겠다. 일단은 개봉 시기에 약간은 차이가 있어서 경쟁작이라고 보기도 애매하고, 정확하게는 분석이 안된다. 코미디 영화는 ‘킬링 로맨스’는 재밌게 봤는데 색깔이 달라서 반대지점에 있어서 등을 지고 있는 느낌이어서. (웃음) 차별점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
Q. 홈리스들의 사연 모두 하나하나 인상깊었다. 이런 사연들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걸까.
A. 다 취재한 내용이다. 빅이슈 코리아에 홈리스들의 사연들, 대회 출전하고 이후의 삶에 대한 일기 같은 그런 소개 책자들이 굉장히 많다. 문자도 주셨던 그곳, 청과시장 안쪽에 있던 그곳에 실제로도 가고, 2015년 네덜란드 대표팀을 따라가기도 했다. 취재한 내용들이 슬펐던게 뭐냐면 대단하지 않다. 어찌보면 흔하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흔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는, IMF, 빚보증, 영화에서 소개 된 건설현장이나 이런 노동 현장에서의 사고, 그런 사연들이 다 비슷비슷하고 실제로 여성 노숙인 중에 지체장애가 있는 분도 많았다. 아주 드물게 동성애자분들도 있었다. 그것 때문에 노숙자가 된 건 아니지만. 내가 만든 건 인선(이현우 분) 캐릭터 정도였다. 대부분은 취재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 사연들을 사용했다.
Q. 정승길 부부의 동반출연은 어떻게 성사됐을까.
A. 원래 좋아하는 선배님들이었고, 배우분들이었다. 이지현 배우님이 대학로 연극을 보러 가셨다. 정승길 선배와 보러 갔는데 좋은 연극을 보고 치킨에 맥주 한 잔 하고 헤어지는데 그 두분의 모습이 너무 예뻤다. 손을 잡고 가더라. 분명히 십 몇 년, 이십년 가까이 산 부부인데 손을 잡고 가다니. 되게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그 뒷모습을 보면서 너무 예뻐서 되게 실례되는 제안인데, 공동작업을 한다는 게 부담스러운건데, 너무 예뻐서 부탁을 드렸다.
Q. ‘슈퍼마리오’와 ‘가오갤3’가 개봉했다. 함께 경쟁을 하게 됐다. ‘드림’의 매력을 더욱 어필한다면?
A. 너무너무 다른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슈퍼마리오’가 보고 싶어서. (웃음) 다른 영화고 보고 나서 되게 생각하고 싶다. 한국 영화가 극장 상황이 아주 안좋다고 느끼지 않는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 잘 되는 걸 보니까, 가능성이 있다. 구원투수라는 평은 너무 크고 중간객투정도. 여름에 좋은 영화들이 나오니까 구원투수들이 나올 때까지 ‘드림’이 한 번 길게 한 2부까지 막아주면 선방한 것 같다. 그런 바람이 있다.
[이남경 MBN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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