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도 빵처럼’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 처음 선보인 ‘삼진어묵’ 3세 경영인 [남돈남산]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3. 5. 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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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 삼진식품 대표 인터뷰
3代째 이어온 어묵 명가 ‘삼진어묵’
“70년 넘어 100년 기업 도약할 것”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가 서울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수현 기자]
“왜 어묵 모양은 사각형 같거나 길쭉 혹은 동그랗기만 할까. 어묵도 빵처럼 모양·종류가 다양할 수 없을까. 어묵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큰 규모에 인테리어도 깔끔한 매장은 왜 없지. 빵집(베이커리)에서 여러 빵들을 골라서 사먹을 수 있듯이 어묵 판매 전문 매장도 있으면 좋을 텐데.”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가 2013년 12월 부산 영도 삼진어묵 본점에 선보인 ‘삼진어묵 베이커리’는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어묵 베이커리는 매장에서 갓 만들어져 신선하고 맛있는 여러 어묵을 모아 놓은 매장으로, 빵을 사먹듯이 다양한 어묵을 골라먹는 재미까지 더해져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빵집 콘셉트로 만들어진 어묵 매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삼진식품은 이후 KTX 부산역 등 여러 곳에 어묵 베이커리 매장을 냈다. 한때 부산역 2층에도 있었던 삼진어묵 베이커리는 부산역에서 상행선을 탈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힐 정도로 유명했다. 이 매장에서 어묵을 구입하려면 긴 줄을 서야 할 만큼 매장이 항상 북적였다. 매장의 뜨거운 인기 덕분에 부산 향토 기업인 삼진식품과 심진식품의 어묵 브랜드 ‘삼진어묵’은 부산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알려지게 됐다. 올해 4월말 기준 삼진어묵 베이커리 국내 매장은 총 19개에 달한다. 전부 직영점으로, 가맹점은 없다. 해외에는 현재 인도네시아에만 매장 4개가 있다.

삼진어묵 베이커리의 대표 인기 메뉴는 어묵고로케, 고추튀김어묵, 통새우말이로, 최근 5년 동안(2018년~올해 4월까지) 이들의 누적 판매량은 각각 약 744만개, 약 245만개, 약 170만개에 달한다.

삼진어묵 베이커리에서 판매되는 인기 메뉴들. 왼쪽부터 어묵고로케, 고추튀김어묵, 통새우말이. [사진 제공 = 삼진식품]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는 “어묵도 빵처럼 재료를 반죽하고 가공 작업을 거쳐 판매되는데, 고객들이 왜 어묵에는 빵처럼 열광하지 않을까 고민했다”며 “노릇노릇하게 갓 구워진 빵을 빵집에서 살 수 있는 것처럼 매장에서 튀긴 후 손님에게 바로 나갈 수 있는 어묵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빵집 같은 어묵 판매 매장이 없었기 때문에 전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빵집을 자주 방문해 빵집을 연구한 후 빵집 같은 매장을 연출했다”며 “고객들에게 어묵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매장에서 어묵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게 주방을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어묵 베이커리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의 작은 어묵 회사였던 삼진식품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825억원의 굵직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어묵 베이커리를 기획하고 만든 사람은 박용준 삼진식품 대표다. 박 대표는 1953년 부산에서 설립돼 70년째 어묵 생산 외길을 걸어온 기업 삼진식품의 3세 경영인이다. 그는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삼진식품을 이끌고 있다.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에도 몇 번 출연한 덕분에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들도 꽤 있다.

박 대표는 2018년 가업을 승계해 3대째 어묵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는 신사업·해외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삼진식품을 2019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가 지난해 초 다시 공식적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대표가 삼진식품 공장에서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가업에 뛰어든 것은 2011년 말. 이전에는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한국 대학교에 입학해 신입생이었던 2002년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쳐서 거의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물욕도 별로 없었다. 당시 눈부터 머리까지 약 25cm 찢어졌고, 척추 등을 크게 다쳐서 4개월 동안 입원했다. 결국 학교를 그만뒀다.

박 대표는 “건강을 회복한 후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에 갔다”며 “중고등학생 때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었다. 환경과 성격을 바꾸기 위해 한국을 떠나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미국행을 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몇 년 동안은 살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회사 경영도 악화됐다. 아버지가 위기 상태니 귀국해서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박 대표는 “미국에 더 있을 생각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상황이 너무 안 좋으니 일을 도와달라고 해서 2011년 급히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2011년 말 입사한 그는 공장에서 6개월 동안 먹고 자면서 어묵 생산 과정, 공장 시스템 등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공장 청소도 하면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일을 배웠다.

그는 “불 꺼진 공장에서 혼자 잘 때 너무 무서웠지만, 당시 회사 상황이 좋지 않았고 집에서 공장이 멀어서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했던 것 같다”며 “공장에서 숙식하니 공장 시스템도, 개선 방안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회사 시스템을 하나씩 파악한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온라인 판매였다. 2012년 삼진어묵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하고 어묵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어묵 베이커리 사업이었고, 세 번째는 삼진식품의 해외 진출이었다. 삼진식품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홍콩, 필리핀 등 여러 국가에 해외 매장을 냈지만,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지금은 인도네시아에만 매장이 있다. 이제 다시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네 번째는 2021년 시작한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 삼진식품은 2021년 어묵고로케·프리미엄 분식 브랜드 ‘삼진어묵당’을 론칭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진출했다.

삼진식품은 부산 사하구에 제1공장(장림)과 부산 서구에 제2공장(암남) 등 2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장림 공장에서는 주로 반찬용 어묵을, 암남 공장에서는 주로 간식용 어묵을 생산한다. 하루 최대 생산량은 장림은 약 60톤, 암남은 약 20톤이다.

삼진식품은 창립 70주년을 넘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어묵의 핵심 재료는 생선 즉 수산 단백질입니다. 수산 단백질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수산 가공품은 무궁무진합니다. 대체 단백질이자 미래 식량이 될 수 있는 수산 단백질을 활용해 어묵은 물론 다양한 식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입니다. 어묵 베이커리를 처음 시도했을 때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세상에 선보였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어묵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볼 겁니다.”

*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고 많이 팔리게 된 배경, 해당 기업의 경영 전략 등을 담는 연재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아래 기자페이지의 ‘+구독’을 누르시면 놓치지 않고 기사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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