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반도체·사이버·우주동맹 ‘무한확장’…“미래 70년, 같이 갑시다” [한미동맹 70, 얼라이언스 플러스]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깊이와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미래로 전진해 나갈 것이다.”(윤석열 대통령, 2023년 4월 26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동맹’을 넘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와 사이버, 우주, 양자(Quantum)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국빈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 중심에 국한됐던 한미 동맹이 ‘한미 첨단 기술동맹’으로 한층 진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 성명 외에도 ▷핵협의그룹(NCG) 신설, 전략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 ▷양국 국가안보실(NSC) 간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출범에 관한 공동 성명’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협력문서) 채택 등의 성과를 냈다.
우주 분야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한미 우주 탐사·과학 협력 공동 성명서’에 서명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해당 성과들을 조기에 가시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담당 부처별로 미국 측과 구체적인 협력방안 논의에도 하나둘 착수하는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동맹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반도체, 첨단 패키징, 첨단 소부장 등 반도체 3대 유망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프로젝트 및 민관 반도체 협력포럼을 신설한다.
또 인플레이션(IRA), 반도체과학법(CHIPS ACT) 관련 우리 기업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로 한 양국 정상 합의를 토대로 상호 긴밀한 협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성명에서 “양 정상은 IRA와 반도체과학법에 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기울여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하고, 기업활동에 있어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양 정상이 구축하기로 합의했던 양국 NSC 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는 올해 하반기부터 첫발을 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양자, 디지털 등 5대 분야 기술 협력과 국내 클러스터 발전을 추진한다.
특히 사이버안보, 우주, 양자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이미 한미 사이 협력 논의가 시작된 상태다.
사이버안보의 경우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그간의 한미 동맹을 사이버공간까지 확장한다”고 선언하고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공동 발표한 것이 토대다.
한미 국방부는 지난 8~9일 서울에서 ‘한미 국방사이버정책실무협의회(CCWG)’ 회의를 열고 한미 사이버훈련 등 국방사이버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회의는 코로나19 이후 약 4년 만에 대면회의로 진행됐다. 미국 측의 사이버정책부차관보가 CCWG 참석차 방한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 측은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군 연합사이버방어훈련에 한국군의 정례적인 참여를 제안했고, 미국 측은 긍정적 검토를 약속한 상태다. 최근 사이버위협 및 도발 양상, 해커조직들에 대한 정보 등도 공유하고 사이버위협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도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한미 사이버작전사령부 간 최초로 시행될 예정인 사이버훈련 준비 상황도 점검했다. 우리 측은 특히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 사이버안보 분과 공동 의장국으로서 11월 개최 예정인 ADMM-Plus 사이버훈련계획을 미국 측과 공유하고,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서울안보대화(SDD) 사이버워킹그룹 행사에 미국 측의 협력을 요청했다.
오는 19일에는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도 열린다. 한미 과기공동위는 지난 1976년 3월 한미 간 체결된 ‘과학기술협력 협정’에 근거한 양국 간 장관급 협의체로, 지금까지 총 10차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수석대표를, 미국 측은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수석대표를 맡는다.
이번 공동위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살펴보고 양국 첨단 과학기술동맹 관계 강화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한미 과학기술 협력의 우선순위를 짚어보고 ▷차세대 반도체 ▷핵융합 및 핵물리학 ▷AI, 바이오 ▷기후‧해양‧극지 등 글로벌 이슈 분야에 대한 양국 간 협력 방향을 모색한다. 이를 통해 ‘한미 기술동맹’의 외연을 더욱 확장한다는 복안이다.
우주산업 분야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당시 과기정통부와 미국 항공우주청(NASA) 사이 채택된 ‘우주 탐사·과학 협력 공동 성명서’를 기반으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 그 준비 단계로 국내에서는 산·학·연의 의견수렴을, 나사(NASA)와는 과제 개발 논의 일정·절차 협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양국 우주기업 간 공동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한-미 우주산업포럼’도 연내에 열린다. 과기정통부는 또 미국 위성 부품 수출통제정책이 변화함에 따라 국내 발사체의 발사 서비스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양국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새로 설립될 우주항공청(KASA)을 통해 한미 우주 협력을 주도하고, 미국의 유인 달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한국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과제 발굴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NASA 고다드우주센터를 방문해 “한미 동맹의 영역이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고, 앞으로 새로운 한미 동맹 70년 중심에 우주동맹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더 나아가 양국 간 우주동맹이 우주기술, 경제 분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안보 분야로도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한미 양자정보과학기술 협력 공동 성명서’에 서명하고, 미국이 주요국을 중심으로 운영해온 양자 다자협의체에 한국이 새로 동참하기로 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 ‘한미 퀀텀 라운드테이블’, 다음달 ‘퀀텀 코리아 2023’을 개최한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신규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로 했다.
바이오 분야는 다음달 중 한국의 성공적인 디지털바이오 혁신모델 창출을 위한 청사진 ‘디지털바이오 이니셔티브’를 발표한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미 당시 방문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방문해 디지털바이오 분야 석학과 나눈 대화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세계적 대학의 인재 양성, 연구·개발, 주변 기업의 적극적 투자, 체계적인 법·재무·경영 지원 시스템이 결합된 보스턴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아울러 이번 방미를 계기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과 미국 로렌스버클리연구소 사이 체결된 합성생물학 연구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인력 교류 및 공동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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