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기 인플레기대 12년 만 최고”···“작년 6월엔 악몽으로”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3. 5. 1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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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아나 쿠글러가 라틴계로는 처음으로 연준 이사회에 공식 입성했다. 조지타운대
[서울경제]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예상치 않게 상승하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35%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6%, 0.03% 내렸는데요. 그나마 막판에 낙폭을 줄였죠.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도 인플레 기대 상승에 한때 연 3.47% 선까지 뛰었습니다.

이날 월가 이슈는 인플레이션 기대와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지역은행 등이었는데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립으로 평가받는 필립 제퍼슨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부위원장으로, 노동 쪽 연구를 해온 세계은행(WB)의 아드리아나 쿠글러를 연준 이사로 공식 지명했습니다. 연준 내에서는 추가 금리인상 요구가 있기도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린다 야카리노를 새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한다고 공식 밝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4월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09%라는데요. 오늘은 인플레 기대와 기준금리, 증시 전망 위주로 알아보겠습니다.

“미시간대, 5월 소비심리지수 57.7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꿈틀대는 인플레 기대, 죽어가던 6월 인상론 되살려내”

우선 시장을 깜짝 놀래킨 미시간대 자료부터 보겠습니다. 이날 나온 미시간대의 5년 이상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3.2%로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 2.9%를 0.3%포인트(p)나 웃돌았는데요. 4월(3.0%)보다도 0.2%p 상승했습니다. 약 12년 만의 최고인데요. 어제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 기대가 높아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 미국도 인플레 기대가 꿈틀대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장기 인플레 기대는 2.9~3.1% 범위를 오르내렸는데요. 이번에 3.1%를 넘어 3.2%까지 간 거죠. 단기인 1년 인플레 기대 역시 전망치(4.4%) 대비 0.1%p 많은 4.5%로 조사됐는데요.

안정적인 인플레 기대는 통화정책의 근간입니다.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에서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그럭저럭 버텨온 데는 장기 인플레 기대가 잘 고정돼 있었기 때문이지요. 인플레 기대가 흔들리면 연준도 도리가 없습니다.

지난해 6월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틀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연준이 0.75%p의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단독 보도가 나온 적 있는데요. 당시 시장에서는 0.5%p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연준 인사들이 외부에 발언을 할 수 없는 ‘블랙아웃’ 기간에 WSJ에 기사가 나온 건데 실제 연준은 0.75%p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는데요.

그때 파월 의장의 마음을 움직인 게 6월 미시간대 장기 인플레 기대 3.3% 수치였습니다. 이 3.3%라는 숫자가 0.5%p를 0.75%p로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그 정도로 미시간대 장기 인플레 기대는 의미가 큽니다.

미시간대 5월 인플레이션 기대 추이. 미시간대

물론, 5월의 장기 인플레 기대 3.2%는 3.3%까지는 아니죠. 하지만 연준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 수 있는데요. 미시간대 자료가 나온 오전10시 직전 3.4% 수준이었던 10년 물 국채금리가 0.5%p 이상 급등하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골치 아픈 건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심리가 더 나빠졌다는 점인데요. 5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7.7로 전월(63.5)보다 5.8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로 월가 예상치(63.0)를 밑돌았죠.

향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지수도 53.4로 전망(60.8)을 크게 하회했는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미시간대 자료는 소비자 심리와 장기 인플레 기대 측면에서 실망스러우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물가상승) 우려를 좀 더 키운다”며 “소비자 심리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있지만 인플레 기대는 그렇지 않다.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기 어렵다”고 걱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시간대 장기 인플레 기대가 사실상 죽었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되살려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엘리자 윙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5년 이상 인플레 기대가 3.2%로 최근의 상승 범위 2.9~3.1%를 넘어섰고 지난해 6월 0.75%p의 인상을 이끌어낸 3.3% 수준에 근접했다”며 “6월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의미 있게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15분 현재 6월 0.25%p 금리인상 확률이 17.7%로 어제(10.7%)보다 7%p 높은데요. 한때는 20%를 넘기도 했습니다.

“보우먼 연준 이사,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다만, 금리동결에 여전히 무게 장기 인플레 기대 26일 최종치 봐야”

이와 관련해 연준 내 6월 금리인상파가 있음이 확인됐는데요. 미시간대 데이터가 공식 발표되기 전, 미셸 보우먼 연준 이사는 독일에서 “지난 주에 나온 인플레이션과 최근의 고용 자료는 물가가 하락세에 있다는 일관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인플레가 높게 유지되고 노동시장이 긴축 상태를 유지한다면 통화정책을 충분히 제한적으로 하기 위해 추가적인 통화 긴축이 적절할 것(additional monetary policy tightening will likely be appropriate)”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를 더 올리자는 얘기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우먼 이사의 발언은 연준 내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오늘 장기 인플레 기대를 봤다면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굳혔을 수 있는데요. 시장 뿐만 아니라 연준 안팎에서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이후 은행위기와 신용축소를 고려하면 다음 달 금리인상이 동결될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인데 이와 반대되는 의견이 연준 안에도 있음을 보여주죠.

그럼에도 지금으로서는 동결 전망이 여전히 훨씬 높다(82.3%)는 점을 같이 봐야 하는데요. 앞서 설명 드렸듯 예전과 달리 지역은행발 혼란에 따른 침체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지난해와 가장 다른 점이기도 하죠.

그래서 전혀 예상치 못한 장기 인플레 기대 상승과 보우먼 이사의 발언에도 아직은 동결 쪽에 무게를 두면서 추가적인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요. 당장 신경 쓰이는 5월 인플레 기대 수치의 경우 이번이 예비치로 26일 최종 수치가 나옵니다. 최근에는 유지 또는 하향 조정이 많았기 때문에 기다려 볼 필요가 있는데요.

12일(현지 시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장기 인플레 기대 상승에 국채금리도 급등했다. 마켓워치 화면캡처

지난해 6월 0.75%p 자이언트 스텝을 이끌었던 3.3%의 장기 인플레 기대는 뒤에 3.1%로 수정됐는데 이때는 이미 FOMC가 끝난 뒤였습니다. 올해는 6월 FOMC 이전에 최종치를 볼 수 있는데요. 최종치에도 변화가 없다면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진다고 봐야죠. 반대로 내려간다면 별 일 없는 건데요. 0.1%p 내려가면 기존 범위 안이죠. 연준 입장에서는 인플레 기대가 유지된다고 해도 5월 CPI(6월13일)와 5월 고용보고서(6월2일), 금융시장 긴축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려고 할 겁니다.

계속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부채한도 협상에 대해서는 의회예산처(CBO)가 “6월 첫 2주 사이에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재차 경고했는데요.

다만, 세입과 지출이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부채한도에 도달하는 정확한 시점은 이달 내내 불확실하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 재무부의 살림살이와 국민들의 세금 납부 실적에 따라서는 7월 말까지 디폴트를 내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는데요.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만약 의회가 협상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미국의 신용도를 해칠 것”이라며 “우리는 일부 항목에 디폴트를 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워 룸(War Room)’을 만들어 대비 중이라고 했지만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한데요. 마리에 자콧-카르도엔 에드몬드 로스차일드 자산운용의 CEO는 “그들은 타결점을 찾을 것이다. 우리는 협상이 막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타결 전 정치적인 적대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습니다.

“AI 없었으면 증시 -2% 계속 ABC 주목해야” vs “경기침체 기술주 흔들 것 S&P 3~6개월 내 3700 갈 수도”

지역은행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실 줄 모르는데요. 웨스턴 얼라이언스(2.08%)는 올랐지만 팩웨스트 뱅크콥(-2.99%)을 비롯해 코메리카 뱅크(-2.14%), 피프스 서드 뱅크콥(-0.17%) 등의 주가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DBRS 모닝스타는 “더 많은 은행들이 기로에 서 있다”며 “우리가 보기에 미국 정부가 예금보험제도를 개편하거나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는 이상 공포가 지속할 것 같다”고 내다봤는데요.

연준에 따르면 3일 기준 최근 1주일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이 157억 달러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는 퍼스트리퍼블릭뱅크가 무너질 때인데요. 그 전주는 대출이 419억 달러 증가였습니다. 예금도 138억 달러 쪼그라들었는데요. 작스 자산운용의 브라이언 뮬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지역은행들은 숲을 나오지 못했으며 더 높은 자본비용(증자)을 준비해야 한다. 지역은행을 도울 수 있는 금리인하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은행이든 (고객들의) 감정적 대응이나 뱅크런에 무너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증시 상황 더 보죠. 이날 마이클 하트넷이 이끄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전략가 팀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연준이 금리인상 흐름을 멈출 것 같지 않다”며 “2008년 때처럼 신용시장과 기술주에 금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는데요.

일부 기술주에 돈이 몰리는 상황에서 침체가 오면 파티가 끝날 수도 있음을 지적하는 겁니다. 크리스토퍼 하비 웰스 파고 주식 애널리스트는 “금리와 부채한도, 신용경색, 경기침체 가능성 등 거시경제 환경이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며 “앞으로 3~6개월 내 S&P가 3700까지 갈 수 있다”고 점쳤는데요. 이날 종가를 고려하면 10% 넘게 빠질 수 있다는 거죠.

CME 페드워치상 6월 금리인상 확률

반면 아나카파 어드바이저의 카운트 필 페속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는데요.

골드만삭스도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습니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은 지 두 달이 됐지만 그 영향은 놀라울 정도로 제한적”이라며 “침체 없이 연착륙을 달성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지요.

골드만삭스는 월가 금융사들과 달리 침체 가능성을 35%로 상당히 낮게 보고 있죠. 침체에 관해 다소 오락가락 하기는 하는데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침체를 일으키지 않을 수 있다는 몇 가지 좋은 지표가 있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종목별로 투자할 때로 인공지능(AI)이 유망하다는 얘기도 끊이지 않는데요. 소시에테 제네럴에 따르면 올해 S&P가 7% 넘게 상승했는데 AI 붐이 없었다면 -2%였을 것이라고 했죠. 그만큼 강력한 원동력이라는 얘기겠습니다.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CIO는 “우리가 강조해온 대로 투자자들은 기술분야의 고성장 테마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며 “AI 하드웨어 시장은 2025년까지 연간 20%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9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다. 더 넓은 관점에서 AI(A)는 빅 데이터(Big data·B), 사이버 보안(Cyber Security·C)과 함께 ABC를 구성하며 향후 몇 년 간 빠른 성장세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다음 주에는 소비와 침체 가능성을 가늠할 4월 소매판매(16일)와 4월 선행지수(18일) 등이 나옵니다. 연준 인사들의 연설과 인터뷰도 줄줄이 예정돼 있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주 초 의회 지도부와 다시 만나 부채한도 상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는데요. 이날 백악관은 실무진 협상이 “생산적이다”라고 했습니다. 다음 주에도 최고의 분석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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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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