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함’ 정리한 한 방...노시환 “수베로 감독님 작별, 당황했지만...”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5. 13.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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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노시환(가운데)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두산전에서 4회초 선제 솔로 홈런을 때린 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왼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당황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한화 노시환(23)이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과 예상치 못한 이별을 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 했다.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헤어지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 프로 선수이기에 어쩔 수 없는 이별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시즌은 계속된다.

노시환은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솔로 홈런 포함 2안타 1타점 2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만점 활약이었다. 덕분에 한화도 5-2로 이겼다. 최근 3연승이다. 이날 경기는 신임 최원호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선수단이 기분 좋은 승리를 새 감독에게 안겼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갔다. 다음 채은성의 홈런 때 홈을 밟았다. 2회초는 삼진으로 돌아섰으나 5회초 볼넷을 골랐다. 7회초 다시 삼진이었고, 이후 9회초 쐐기를 박는 좌중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4-2에서 5-2로 달아났다. 한화가 한결 여유가 생겼고, 9회말 루키 김서현이 올라와 최고 시속 159㎞짜리 강속구를 뿌리며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거뒀다.

한화 노시환이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전에서 9회초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처럼 노시환이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 경기 전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전날인 11일 수베로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고, 최원호 감독을 선임했다. 3년 총액 14억원 계약을 안겼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일이다. 모두가 놀랐다. 수베로 감독은 11일 삼성전 승리를 통해 2연승을 거두고도 선수단에 작별 인사를 해야 했다. 13일 비행기로 미국으로 돌아간다.

노시환은 “좀 울먹이기는 했다. 감독님과 지금까지 한 것이 있다. 슬펐다. 그러나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 시즌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생 많으셨다는 이야기 했다. 많이 배웠고, 함께 있는 동안 행복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들 주고 받았다. 울지는 않았고, 울먹이기는 했다”고 덧붙였다.

울컥하기는 한 모양이다. 작별은 아쉽지만, 경기는 또 해야 한다. 살짝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는 한 방을 날렸다. 노시환은 “성적이 안 좋을 때 감독님이 바뀌기도 하는 것 아니겠나. 형들은 아마 경험을 해보셨을 것이다”고 짚었다.

또한 “나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은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주신다. 오늘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화 노시환이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와 경기에서 9회초 솔로포를 때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날 노시환은 데뷔 후 처음으로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다. 10일 삼성전에서 2홈런을 날렸고, 11일 삼성전에서도 홈런을 쳤다. 그리고 이날까지 3경기 연속. 노시환의 불방망이가 팀의 3연승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시환은 “승리에만 최대한 집중했다. 우리는 그라운드 나가서 뛰어야 한다. 선수단은 주변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고, 경기 전부터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오늘 승리까지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타격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해도 페이스가 좋은 것 같다. 그러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타격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게 타격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시즌은 길다. 잘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홈런을 통해 홈런 공동 선두가 됐다. 박동원과 함께 나란히 8개다. 정작 노시환은 생각이 없다. “타이틀 욕심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연속 홈런이라고 하지만, 내가 홈런 신경을 써서 나온 것이 아니다. 내 공을 강하게 친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홈런이 나온다. 타이틀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 채은성(왼쪽)이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SSG와 경기에서 1회초 선제 3점포를 때린 후 노시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잘 치는 이유를 물었다. “히팅 포인트를 바꾼 것 외에 없다. 작년에는 포인트가 뒤에 있었다. 중견수-우익수 방면으로 타구가 많이 갔다. 앞에 놓고 치고 있다. 올해는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아울러 “포인트가 뒤에 있으면 소극적으로 된다.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 안 된다. 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대로 되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 앞에 두고 치니까 과감하게 갈 수 있다”며 비결을 밝혔다.

지나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왔다. 매년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2022년 크게 꺾였다. 2021년 18홈런에서 2022시즌 6홈런으로 뚝 떨어졌다.

올해는 이미 8개다. 커리어 하이가 유력해 보인다. 특유의 호쾌한 스윙이 살아났다. 우여곡절 끝에 자기 것을 찾았다. 자신을 아꼈던 수베로 감독이 떠나는 아픔이 있지만, 노시환은 팀을 본다. 노시환이 잘 치면 한화의 승리 확률도 당연히 올라간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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