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다...한국인 ‘충성’ 이끌어낸 이들의 비결 [홍키자의 빅테크]
2007년 6월, 전 세계를 송두리째 뒤바꾼 혁명이 있었습니다. 그 혁명의 시작은 스티브 잡스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오늘 세 가지 혁명적인 신제품을 소개합니다. 첫번째는 터치로 컨트롤하는 와이드스크린 아이팟, 두번째는 혁명적인 휴대전화, 세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커뮤니케이셔 장치입니다” 그리고 잡스는 덧붙였습니다. “아이팟, 휴대전화, 인터넷 휴대장치 이 세 가지는 각각 별개의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장치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아이폰’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넷 서핑과 휴대전화가 모두 되는 내 손안의 컴퓨터는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을 완벽히 바꿔놨습니다. 모두가 각자 손바닥만한 컴퓨터를 들고, 하루를 보냅니다. 인류 전부가 컴퓨터를 손에 쥐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지난 1분기 매출을 봐도,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결과를 내놨고요. 아이폰 매출은 1년 전보다 2% 늘어난 513억3000만 달러(약68조원)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는 게 괄목할만합니다. 올해도 2억3200만대 정도의 아이폰이 세계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둘 다 잘하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는 게 무서운 지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애플은 스마트폰,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가 더 많이 팔릴수록 이윤을 남기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내놓기 전에는 스마트폰 하드웨어는 더 이상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습니다. 아이폰 출하량은 2015년부터 계속 정체됐고, 2016~2017년부터는 스마트폰 산업 자체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신형 스마트폰을 한번 구매하고 나면, 몇 년은 그대로 써도 성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스마트폰 수요 자체가 줄었죠. 실제로 2015년에 아이폰 판매가 전체 매출의 66%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의 47%에 그쳤죠.
하드웨어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 애플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애플뮤직과 애플TV+, 애플 피트니스+ 등 서비스가 애플의 소프트웨어입니다. 그 결과 앱스토어 등 소프트웨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이 2015년 8.5%에서 2020년 22%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말에도 21%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요.
애플뮤직과 애플TV+, 애플 피트니스+ 등 서비스는 매년 10%대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애플 플랫폼에서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현재 8억6000만명에 달합니다. 2021년 한해 동안 애플은 1억6000만명의 새로운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는데, 이는 매일 44만여명의 새 구독자를 확보한 셈입니다.
일례로 최근 한국에 출시돼 화제가 된 애플페이만 해도 미국 성인의 사용 비율이 2020년의 12%에서 2022년에는 21%로 늘어났습니다. 미국 성인 5명 중 약 1명이 애플 페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애플은 그래서 아이폰을 포함해 애플워치, 에어팟(무선이어폰) 등 생활에 밀접한 하드웨어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떤 하드웨어 하나라도 파는 순간 소비자를 애플 생태계로 편입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폰SE를 아이폰SE2로 업그레이드시켜 저렴하게 내놓은 것도, 고성능이지만 사이즈가 작은 아이폰12 미니를 출시한 것도 다양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애플 생태계로 손잡고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고 싶었던 애플은 2020년 아이폰12와 2021년 아이폰13의 흥행에 힘입어 하드웨어 회사였던 명성을 다시 공고히 합니다. 현재 전 세계에 깔려 있는 애플 아이폰은 2021년 9월 기준 20억대가 넘습니다.
지난 1분기에 14억 인구를 가진 인도에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은 신흥 시장서 여전히 팔릴 하드웨어가 많다는 얘깁니다. 하드웨어가 잘 팔리면 다시 소프트웨어까지 확장되겠죠.
이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성공한 현재진행형 회사는 여전히 애플밖에 없습니다. 한번 애플 생태계에 발을 딛고 나면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올 수 없고, 서비스에 락인(Lock-in)되다보면 다시 애플 하드웨어를 구매하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시킵니다. 애플의 충성 고객들로 인해 폐쇄성을 띤 운영체제인 iOS의 글로벌 점유율은 10% 수준이지만 매출 기준 점유율은 60%에 달합니다.
아이폰에 썼던 애플의 ‘A칩’을 노트북 ‘맥북’ 용도로 개량한 칩인데, 현존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가운데 가장 빠른 연산 속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애플은 M1프로와 M1맥스를 일컬어 스스로 ‘야수’(beast) 칩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M1 칩은 초당 11조회 연산이 가능하고, 전력 소모량도 대폭 줄여서 최대 21시간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갖췄습니다.
애플실리콘은 애플의 맥을 다른 경쟁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PC로 만들었고, 즉각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를 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수요와 함께 2020년 3분기 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까지 성장했죠. 지난해 3분기 모든 경쟁사들의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황에서 애플만 나홀로 40.2%의 성장을 거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2세대 칩셋인 ‘M2’를 탑재한 새로운 디자인의 ‘맥북에어’가 등장했고요.
애플이 앞으로 내놓을 AR 글라스는 아이폰과 연동하는 것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R헤드셋이 독립적으로 작동되는 메타의 오큘러스 시리즈와는 달리 애플의 AR글라스는 아이폰과 연동이 필수라는 얘기입니다.
현재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AR글라스 개발이 미뤄지고 있지만, 애플이 내놓을 AR글라스는 단순한 AR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애플의 디지털 기술의 총합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반도체인 M2프로세서, 라이다 기술이 포함된 12개의 카메라 센서, 8K 디스플레이, 시선 추적 기능 등 애플의 모든 기술을 총망라합니다.
정리해보면 애플은 아이폰12 이후 아이폰14까지 연이어 성공하며 넘버원 하드웨어 회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노트북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 더 이상 인텔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지 않아도 될 정도로 홀로서기에 성공했고요. 거기다 소프트웨어 확장을 위해 노력한 덕에 소프트웨어 부문도 매년 20%씩 키우고 있죠.
팀쿡 CEO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워렌 버핏은) 애플을 소비재 기업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이 기술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술은 배경 속에 숨어있어야 합니다. 기술은 사람들에게 할 수 없었던 어떤 일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입니다. 애플은 사람들을 위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고 애플 사업의 중심엔 소비자가 있습니다” 애플이 지향하는 미래 회사의 방향을 깔끔하게 정리한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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