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 그렇게 어렵나요? '스쿨존 사고' 되풀이

송보현 기자 2023. 5. 1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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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노출된 아이들①] 스쿨존 강력 단속 필요

[편집자주] 우리 아이들은 안전할까? 주변을 살펴보면 곳곳에서 위험에 '방치된 아이들'을 찾을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산지역의 돌봄 복지와 아이들의 통학로 안전, 학교 폭력을 살펴본다.

지난 9일 오후 스쿨존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영도구청 앞에서 초등학생 등하굣길 안전 확보를 촉구하는 ‘침묵 집회’를 하고 있다. 2023.5.9/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부산=뉴스1) 송보현 기자 = #2020년 6월 1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건너편 주차장에서 나온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불법 좌회전을 하다 신호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승용차는 중심을 잃고 내리막길을 내달리다 초등학교 정문 앞 보행로를 걷던 모녀를 덮쳤다. 운전자와 어머니는 경상에 그쳤지만 6세 딸은 안타깝게 사망했다.

#지난 4월 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학동 앞 도로. 등교 중이던 학생들 뒤로 커다란 원통형 어망(1.7t)이 굴러와 초등생 3명과 30대 여성 1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황예서(10)양이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교통안전도우미는 “(화물이) 가파른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굴러와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스쿨존에서 같은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한 주민은 “(사고난 자리에서) 작년 7월에도 16t 정화조 차량이 뒤집혀 운전자가 사망했다”며 “영도는 지리적 특성상 위험한 곳이 많지만 스쿨존만이라도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예서양과 같은 반 친구의 학부모도 만났다. 그는 “그날 현장을 목격한 아이들은 현재도 고통받고 있다”며 “매일 새벽 잠에서 깨어나 엄마, 아빠를 찾는다”고 불안한 현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모 입장에서 일상생활을 제쳐두고 아이와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서양이 하늘로 떠난지 일주일이 지난 무렵인 5일 어린이날. 예서양과 같은 반 친구였던 한 학생은 “예서야 뭐해??”라며 카톡을 남겼다. (학부모 제공)

인근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이송미 부산마을교육공동체협의체 감사는 “통학로 주변이 전체적으로 위험하다”며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1등 성적이 아닌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고를 통해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된다”며 “학부모와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통학로 조례’ 등 접근이 용이한 플랫폼 개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어린이 교통사고 중 80% 이상은 스쿨존·주거지역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차량이 보행자를 추월하지 못하도록 ‘보행자 우선도로’를 지정해 ‘스쿨존’을 넘어 유럽의 ‘홈존’같은 구역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부산에서 스쿨존(총 880곳) 교통사고는 한해 평균 44건이 발생했다. 2019년 43건, 2020년 47건, 2021년 42건이 일어났다. 특히 교통사고의 절반 가량은 하교 시간에 집중됐다. 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오후 2~6시에 한 해 평균 36.5건이 발생했다. 분기별로는 1~3월 평균 14건이던 게 학기 밀도가 높은 4~6월에 평균 21.5건으로 늘었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시민과 학생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편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현재 차량용 펜스 설치 작업으로 주변은 막혀있다. 2023.5.9/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통학로 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최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지난해 초록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가 부산진구 28개 초등학교 5학년 20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학로 환경개선을 위한 아동 통학로 의견조사’를 보면 ‘학교 주변 보도(인도) 안전’에 대한 질문에 28.2%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도 다양했다. ‘보도 위 주차된 차들(24.4%)’ ‘보도 위 장애물(21.1%)’ ‘보도가 없거나 끊겨서(14.5%)’ ‘안전펜스가 없어서(13.7%)’ 등이 그런 요소들이다.

학교 주변 횡단보도의 안전성은 이보다 부정적 강도가 더 높다. 설문대상의 32.8%가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여기에는 ‘신호등의 부재 혹은 고장(43.9%)’ ‘횡단보도 주변 차량 과속(18.2%)’ ‘횡단보도 주변 불법주정차로 인한 시야 방해(14.2%)’ ‘횡단보도 녹색신호가 너무 짧아서(9.2%)’등의 반응이 부각됐다.

스쿨존 안전확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장은 당국의 느슨한 단속과 대처에 초점이 모아진다.

허억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교수는 “호주 같은 나라는 스쿨존 진입로에 용의 이빨과 같은 구조물까지 세워둔다”며 “운전자가 스쿨존임을 쉽게 알고 스스로 방어, 서행 운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통학로 내 우회도로가 있는 이면도로의 경우 일방통행으로 전환하고 노상주차장 이전, 불법 주정차 지속적 단속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스쿨존 내 과속, 난폭, 불법 주정차 위반은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가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늘에선 어린이날 잘 보내” “너의 가장 친한 친구야. 네가 죽었다는 소리를 듣고 속상했어. 잘가.” 예서양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이 써놓은 편지들. 2023.5.9/뉴스1 ⓒ News1 박상아 기자

w3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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