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승인 후 500억원 상환" 바이낸스에 코인업계 혼란

양진원 기자 2023. 5. 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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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 인수에 난항을 겪자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를 인수하기 정부에 엄포를 놔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사업자 변경 신고를 허가해야 고팍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여 있는 자금 500억원을 상환하겠다고 한 것이다.

최근 미국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바이낸스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진다. 바이낸스는 오더북(호가창) 공유, 선물거래 금지 등 국내 규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고팍스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레온 풍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최근 "현재 묶여있는 고파이 예치금 중 25%는 상환된 상태"라며 "변경 신고가 수리되면 나머지 75%도 상환하겠다"고 했다. '고팍스 인수'와 관련해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야 나머지 고객 자산 500억여원을 책임질 수 있다는 발언이다.

고파이는 투자자가 보유 중인 가상자산을 고팍스에 맡기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고파이 예치금은 미국 가상자산 대출업체이자 협력사인 제네시스 캐피탈이 운용했다.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제네시스 캐피탈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신규 대출·환매를 잠정 중단해 고파이 이용자들은 지난해 11월 이후 맡긴 돈을 찾을 수 없었다.

이준행 전 고팍스 대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자신의 지분(약 41%)과 경영권을 넘기고 바이낸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고팍스는 "투자 받은 자금은 모든 고파이 고객들이 이자를 포함한 예치 자산을 전부 출금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2월 고팍스 대표이사는 레온 풍 바이낸스 아·태 대표로 변경됐고 임원진들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지난 3월7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기임원 변동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도 제출했다.

FIU는 신고서 접수일로부터 45일 이내에 수리 여부를 통지하지만 최근 추가 보완 서류를 요청하는 등 결정을 미뤘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르면 고팍스는 결격 조건에 포함되지 않아 승인 지연의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절차상 문제가 있어서 아니라 바이낸스를 둘러싼 의혹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바이낸스는 현재 지배구조와 본사 소재지 불분명, 주요 임원의 자금세탁 정황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국내서 실익 없는 바이낸스, '고팍스 인수' 커지는 궁금증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을 두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런 상황 속에서 바이낸스가 고팍스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관련 업계는 의아해 한다. 국내에선 규제로 인해 주력 상품을 팔 수 없어 얻을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낸스는 해외에서 선물·마진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득을 거두고 있지만 국내선 해당 거래가 막혀 있다. 자체 코인 바이낸스코인(BNB) 발행을 통해 수입도 큰데, 국내에선 불가능하다. 바이낸스와 고팍스 간 오더북 공유도 쉽지 않다. 특금법은 거래소간 고객 신원 공유가 가능한 상황에서만 오더북 공유를 허용하는데 바이낸스가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득을 전부 포기하면서까지 국내에 진출하려는 의도에 대해 궁금증이 커진다. 고팍스 관계자는 "바이낸스가 사업 청사진을 밝힌 적은 없다"며 "현재로선 바이낸스의 구체적인 국내 진출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바이낸스인데 풍 대표까지 돌발 발언을 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커진다.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바이낸스는 국내에서 아쉬울 게 없다"며 "여의치 않으면 한국 진출 계획을 접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고파이 투자자들에게 원리금 상환을 약속했다"며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고 그땐 이준행 전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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