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이 불바다”…78년 전 기억 안고 사는 피해자들
[앵커]
다음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기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히로시마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합니다.
전체 피해자의 약 10%가 한국인으로 그 숫자가 최소 7만,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현재 생존한 피해자는 천8백여 명에 불과합니다.
최혜림 기자가 국내에 살고 있는 원폭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18살에 히로시마에서 버스 승무원으로 일했던 김일조 할머니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일조/히로시마 원폭 피해자 : "(원자폭탄) 떨어지고선 전신이 불바다고 전신만신이 피투성이고... 지금도 이런 게 안 낫는데 온갖 약을 다 발라도 안 나아요."]
상처는 평생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박동인/나가사키 원폭 피해자 : "원자탄에 데인 사람은 십 년을 못 넘긴다, 이렇게 하더라고요. 이제 몇 년 살고 나면 죽는구나, 이게 신경이 쓰여 가지고..."]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속 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정원술/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 : "외상으로 흉하니까 남한테 알리기도 싫고 또 원폭이 대물림된다는 그런 사회적 인식 때문에 알리질 않아요."]
일본 정부가 지급하는 치료비인 원호수당도 일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다 4년여의 소송 끝에 승소했지만 실제 지급까지는 또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심진태/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 "원호수당이 아니라 원수수당입니다. (신청을) 자기 나라 와서 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증인을 대라는 겁니다. 한집 식구도 풍비박산이 났는데 그게 증인을 어떻게 댑니까?"]
또 다른 소송 끝에 이제는 일본인과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지원은 없다시피 했습니다.
국내엔 아직 제대로 된 추모시설도 없는 상황.
피해자들은 위령비 참배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심진태/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 "처음이고 좋은 일인데 그러나 그것으로 끝을 내면 안 되고, 한국에 돌아오면 한국 원폭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번 찾아볼 줄 알아야 돼요."]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서정혁
최혜림 기자 (gaegu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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