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잇따라 ‘흔들’…바닷속에서 무슨 일이? [주말엔]
지난달부터 강원 동해 앞바다에선 지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잦아들었나 싶다가도 지난 8일 또다시 2차례 지진이 더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닷새 전부턴 동해의 해안 지역, 동해항 인근에서도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두 지역은 불과 50km 남짓 떨어져 있습니다.
인근 지역에서의 연이은 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잦은 지진의 이유가 무엇인지, 대지진의 전조현상은 아닌지,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 강원 동해항 인근 지역, 나흘새 17차례 지진
먼저 동해항 인근 지역으론 지난 8일부터 나흘 동안 규모 2.5 지진만 3차례 발생했습니다. 더 작은 규모까지 모두 합치면 벌써 17차례에 이릅니다.
모두 불과 반경 1km 이내 좁은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지진의 경우 모두 끝나봐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만, 현재까지론 작은 규모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는 '군발지진'으로 파악됩니다. '전진과 강한 본진, 뒤따르는 여진'으로 구분되는 일반적인 지진과는 다른 양상입니다. 이렇게 소규모 지진이 좁은 지역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상을 ‘군발지진’으로 표현합니다.
■ 동해 앞바다에서도 군발지진 “최대 규모 3.5”
동해 앞바다에선 이보다 앞선 지난달 25일 규모 3.5의 제법 큰 지진이 있었습니다. 위치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북동쪽으로 50km 남짓 떨어진 해역입니다. 규모 3.5 지진이 발생하기 4시간쯤 전에도 비슷한 지점에서 3.1의 지진이 있었는데요, 규모가 큰 지진이 연이어 발생 하다 보니 동해안 일부 주민들이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20여 일간 관측된 규모 2 이상의 지진만 11차례, 더 작은 규모까지 모두 합치면 31차례에 이릅니다.
동해상 지진 역시 반경 5km 이내 매우 좁은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한 군발지진이었습니다.
■ 과거의 군발지진 "큰 지진 없이 지나갔지만…"
이런 군발지진은 과거에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2020년 전남 해남에서도 한 달 새 70여 차례의 군발지진이 있었고, 2019년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도 두 달에 걸쳐 40여 차례의 지진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군발지진이 갑자기 큰 지진을 발생시키는 경우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사실 미지수입니다.
"단정할 일이 못 되는 게, 단층면에 따라서는 큰 단층이 쪼개지기 전 작은 면부터 쪼개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크게 한꺼번에 쪼개져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될지는 이 단층의 현재 상태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층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과거에 이랬으니까, 앞으로도 이럴거다 라고 단정할 수가 없는 것이죠."
- 홍태경 교수/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규모가 작고 잦은 지진 정도로만 넘어가기엔 뭔가 불안한 이유입니다.
■ 특징① "다른 지진"이지만 "영향 있음"
이번 지진의 특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발생했던 동해 앞바다 지진이 최근 발생한 동해항 인근 지진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지각의 움직임이나 지진 발생 깊이가 다른 점 등을 볼 때, 이 두 군발지진은 서로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분석됩니다.
동해 앞바다의 경우 아래 그림처럼 울릉분지 주변 단층대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동해항 인근 지진은 동해안의 또 다른 단층에서 발생한 거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어떻게 영향을 주었을까요?
아래 그림은 동해 앞바다 지진에서 발생한 응력, 즉 땅이 받는 힘을 분석한 자료입니다.
동해 앞바다 해역에서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은 응력이 커진 지역, 파란색은 줄어든 지역입니다. 땅이 받는 힘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지진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보통 강한 지진에 뒤따르는 여진도 이 붉은 구역을 중심으로 발생합니다.
동해 앞바다 지진이 발생한 후 응력이 커진 붉은색 방향을 보면, 이번 지진이 난 동해항 인근 지역이 있습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기존에 동해내륙 지각에 응력이 쌓여있는 상태에서, 동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전달된 응력까지 더해져 지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특징② 지진이 달라졌다… “깊은 곳"에서 "군발지진”
또 한가지 특징은 지진의 양상이 이전과 다르다는 겁니다.
지진은 땅과 땅이 서로 갈라져 있는 ‘단층’에서 발생합니다. 단층 주변으론 땅이 쉽게 바스러지기 때문에 힘을 받았을 때 더 쉽게 쪼개질 수 있겠죠. 이렇게 땅이 부서지고 쪼개질 때 지진이 발생합니다.
군발지진이 난다는 건 단층면이 '한번이 아니라 계속 줄줄이 쪼개지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땅 속 깊은 곳’에서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한반도에서 나는 지진은 땅 속 4~10km 정도인데요, 동해항 인근 지진의 경우 땅속 15km, 동해 앞바다는 무려 30km 가까운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약해진 한반도 지각에 주목합니다.
당시 한반도 지각이 동쪽으로 최대 6cm 가까이 끌려가는 과정에서 단층의 틈은 더 벌어지고 지각도 약해졌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이전보다 더 적은 힘에도 잘 부서지는 상태가 됐다는 얘긴데요, 이 때문에 군발지진도 늘고 이전에는 웬만한 힘을 받아선 지진으로 이어지지 않던 땅 속 깊은 곳에서도 지진이 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입니다.
■ 규모 5 이상 강진 가능성 낮지만 "안심할 순 없어"
현재 상황으론 지금의 군발지진이 대지진의 전조현상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규모 5 이상 강진이 발생하기 전엔 이에 버금가는 큰 규모의 지진을 포함해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데, 지금까지 발생한 군발지진으론 강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약화된 지각이나 과거 지진기록 등을 고려할 때 규모 5 이상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 남아있습니다.
무엇보다 단층을 모르는 상태에선 정확한 분석이 어렵습니다. 지난 16년 경주 지진 이후 한반도 단층구조선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영남지역에 대한 조사만 마무리됐을 뿐, 한반도 전역에 대한 조사는 2036년쯤에나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해저에 있는 단층대는 그나마 알려진 정보조차 거의 없습니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는 유일한 자연재난입니다.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위험지역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주민대피 등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김민경 기자 (minkyu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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