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찾아서] “디지털헬스케어는 초고령화 해법”...존경받던 명의가 은퇴 후 부천으로 간 까닭

경기(부천)=김명지 기자 2023. 5.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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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룡 대성재단 의료기관 의료원장
고려대 의대 정년퇴임 후 부천으로
“인구 80만, 디지털헬스케어 거점 될 것”
“보호자 없는 요양병원 입원 환자”
“웨어러블 기기로 상태 점검하며 대응”
부천대성병원 송해룡 의료원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부천대성병원 제공

지난 2월 경기 부천시 심곡동 부천대성병원 정문 앞에 건물 절반을 뒤덮을 정도로 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올해 초 이 병원이 ‘명의’로 초빙한 송해룡 고려대 정형외과 명예교수와 윤정로 전 중앙보훈병원 진료부원장, 박찬호 전 영남대 정형외과 교수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송 교수는 2000년대 초반 선천성 왜소증 환자의 키를 늘리고, 사지 기형을 교정하는 명의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 K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인간극장’의 ‘작은 거인 4형제’ 편에 등장해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바로 송 교수다. 지난해 고려대를 정년퇴임한 송 교수가 대성병원 대표원장으로 취임한다는 소식은 지역신문에도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의료계에서는 송 교수의 이직은 화제였다. 송 교수는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단장을 지내면서, 여러 벤처 기업을 창업하고, 병원 개원이 아닌 기업 창업에 도전하는 의사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의사창업연구회’도 설립해 회장직을 맡은 터였다. 올초에는 헬스케어 업계와 의사들로 구성된 ‘한국디지털의료융합산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런 송 교수가 서울도 아닌 부천의 중소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엔 충분했다. 송 교수는 “초고령화 시대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해 최적의 환자의 진료와 치료를 실현해 볼 수 있는 최적의 병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50병상 규모의 부천대성병원은 부천 심곡동 일대 지역 의료의 허리를 맡고 있다.

대성병원은 송 원장이 올해 합류하면서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관절⋅척추⋅항노화 전문센터’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대성병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병상 등 리모델링 및 설비 현대화 작업에 들어갔다. 1층에는 종합검진센터를 배치했고, 신축한 건물엔 스포츠의학센터, 첨단재생의료 세포처리시설을 갖췄다.

경기 부천시 심곡동 부천대성병원 전경. 대성병원이 초빙한 의료진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김명지 기자

대성재단은 설립자인 홍영의 이사장이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 홍제동에 문을 연 대성의원을 모태로 하고 있다. 홍 이사장이 이후 1980년 재단설립과 함께 120병상의 서울대성병원을 새웠고, 1984년 부천에 대성병원을 세웠다.

그로부터 40년 대성재단은 서울대성병원(60병상), 부천대성병원(250병상), 디에스병원(153병상), 대성제일요양병원(50병상), 대성요양병원(120병상) 등 약 6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병원은 노후화됐다. 송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접목해 상급종합병원과 지역의료기관과의 환자 논스톱 연계 체계를 구축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변화를 고민하던 대성재단 홍석원 이사장도 송 교수의 계획을 받아들였다. 보건학 박사인 홍 이사장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을 지냈다. 병원을 찾은 날 병실과 수술실이 있는 본관 5층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다. 다음은 송 교수와 일문일답.

-부천대성병원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일을 하게 되나.

“대성재단 병원들을 총괄하는 진료원장의 역할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일선 병원에 도입해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과 지역 중추병원으로 거듭나려고 시도하는 부천대성병원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 대성병원의 변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성병원의 변신이라니 어떤 뜻인가.

“지난해부터 대성재단 산하의 의료기관 체제 출범을 목표로 구조조정, 기관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해 왔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기존의 서울 부천 등 병원의 병상 수를 크게 늘리는 한편 실버요양타운을 지어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T)를 접목해서 외래진료부터 입원환자 병실은 물론 퇴원해서 재활관리까지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도입할 생각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재단 산하 병원들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해 환자 관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통상 실버타운에서 환자가 생기면, 가까운 동네병원으로 이송하고, 그 병원에서 처치가 힘들다고 판단하면 응급 환자를 볼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 치료한 다음 안정을 찾으면 요양병원으로 옮겨 나머지 치료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한 병원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상하고 있다.”

부천대성병원은 감염위험을 줄이기 위해 수술실을 양압시설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실시했다.수술실 전경/대성재단 제공

-하지만 왜 부천인가. 그리고 돌봄이라는 것은 지자체가 할 일이 아닌가.

“부천시 인구가 80만 명이 조금 넘는다. 디지털헬스케어 테스트베드로 적정한 인구 규모라고 생각했다. 여러 지자체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도 부천시와 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하는 돌봄과 우리가 생각하는 환자 진료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우린 병원이다. “

-어떻게 다른가. 부천대성병원의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슬로건은 ‘노인과 어린아이도 안전하게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다. 우린 고령화를 대비해서 병원을 꾸렸다. 부천 지역에는 고령 인구도 굉장히 많다. 고령층은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거동이 불편해서 힘든데, 그런 분들도 편하게 올 수 있는 병원으로 만드는 것이 생각의 출발점이었다. “

-하지만 인근에 이 정도 규모에 새로운 병원들도 많이 보인다.

“그렇지만 비슷한 병원 규모에서 시설만큼은 부천시 일대에서 우리가 최고, 최신이라고 자부한다. 수술실에는 양압시설을 넣었고, CT(컴퓨터 단층촬영)·MRI(자기공명영상) 의료기기도 최신형으로 교체했다. 감염 문제도 특히 신경썼다.”

-감염이 중요한 요소인가.

“고령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 등에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그런데 내시경 등을 할 때 사고로 감염 문제가 종종 생긴다. 우리는 이번에 리모델링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동선을 고려해 겹치지 않도록 구성해 감염병 관리 인증을 받았다. 부천 인근 다른 병원들은 아직 내시경 감염병 인증을 받지 못했다. 감염존과 클린존을 구분해야 하는데, 지방의 중소 병원에서 공간을 두고 인증을 받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IT를 접목해 병실에서 집까지 환자를 연결한다는 건 어떤 뜻인가.

“고령의 환자는 실버타운에서 병원에 입원해서 퇴원해서 요양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이 환자를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통해서 응급상황은 물론이고 의사와 환자가 편하게 소통하게 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의료기기 규제특구인 원주에서는 심전도 패치를 붙인 2000명이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까지 다녀온 데이터를 원주기독병원으로 보내 분석했다. 그리고 환자 핸드폰으로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걸 응용할 수 있지 않겠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환자들은 굳이 웨어러블 기기를 쓰려고 할까. 어차피 보호자도 있을텐데.

“요즘 수도권 요양병원들을 보면 보호자 없는 입원환자들도 꽤 있다. 보호자가 해야 하는 일을 줄여주자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병원 시스템을 믿고 맡겨달라는 뜻도 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보호자 없는 노인들도 있고, 보호자가 없어서 병원 방문이 힘든 경우도 많다. 이 문제를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실버요양타운을 짓는 것은 어떤 맥락인가.

“그건 차원이 조금 다르다. 국내 수요 뿐만 아니라 해외 수요도 감안한 결정이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노후에서는 태국 등 휴양지에서 보낸다. 태국 황실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에 유럽의 중산층이 15억~20억원씩을 투자하고, 남은 여생을 보내는데, 그 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이 있다. 한국도 그런 컨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도에 실버타운을 계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비대면진료도 이제 시범사업으로 실시하는데, 너무 먼 얘기 같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의료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런 규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이 뛰어나고, 의료기술이 좋다. 명의라 게 뭐 따로 있나. 뛰어난 두 기술을 융합해서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명의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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