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공공요금 인상 [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치솟는 물가에 요금 인상은 부담, 국민 설득 쉽지 않아
공기업 자구책 마련 필요…임금 동결 등의 노력으로는 부족
[경제 돋보기]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가 커지면서 그 원인으로 공공요금을 제때 인상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공공요금 적자와 부채 규모에서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공기업으로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주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공공 기관 부채가 670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렇게 증가한 부채의 대부분은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에 의한 것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부채는 192조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7조원 증가했고 가스공사는 52조원의 부채로 전년보다 17조5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작년 영업 적자 규모가 32조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적자를 32조원에 가까운 회사채 발행으로 이를 채웠고 지난 4월 기준으로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530억원에 이른다. 올해도 계속 회사채를 발행해 4월까지 벌써 약 10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재의 법 기준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 한도는 104조원인데 이대로 가면 곧 한도액에 이를 수 있다. 정부는 한도액을 증액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력의 회사채 발행이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우량한 한국전력 회사채(AAA)로 자금이 몰리면서 A등급 이하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외면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지면서 회사채 발행도 계속 이어지며 이는 회사채 시장에서 한국전력 회사채가 일종의 블랙홀이 되며 시장을 크게 흔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공기업들의 적자와 부채를 줄이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 국민적 관심이 큰 공공요금이 전기료와 가스료다. 전기와 가스는 가계에서나 산업계 모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에너지 상품이다. 그동안 국민적 영향을 고려해 전기와 가스요금을 적절히 인상하지 않고 뒤로 미루면서 적자가 커졌다는 것이 정부와 해당 공기업의 주장이다.
이제 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문제는 어려운 경제 상황 앞에서 요금 인상이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욱이 불경기 상황에서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kWh당 약 50원의 인상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그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으로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를 줄이려면 먼저 국민들이 공공요금 인상을 큰 거부감 없이 수용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비록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공공요금 인상과 함께 공기업에 대한 자구책 마련에 대한 주문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등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자구책으로 국민들이 요금 인상을 큰 반발 없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거기에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의 원성을 샀던 가스공사 임원들이 전년보다 30% 오른 연봉을 챙겨 공공요금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정부의 계획대로 요금 인상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지난 겨울의 난방비 폭탄에 이어 다가오는 이번 여름의 냉방비 폭탄을 우려하는 국민들에게 공공요금 인상에 앞서 공기업의 비용 절감 기술 혁신과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불식할 수 있는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그동안의 신이 내린 공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이번 기회에 불식되는 정도의 혁신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함께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서도 에너지 절감과 함께 에너지 사용에 따른 차등 요금 부과가 지금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에 대한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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