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 어디에나 있다고?[세계 철새의 날]
매년 5월, 10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철새의 날’이다. 올해는 5월13일과 10월14일이 해당한다.
한반도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에 있어 철새의 날을 전후 해 텃새는 물론 나그네새와 여름, 겨울 철새 등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다.
올해 세계 철새의 날 슬로건은 ‘물:새의 삶을 유지하다’이다. 인간은 물론 새들에게도 물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철새는 번식, 휴식, 이동 중 먹이 활동 등을 위해 호수, 강, 개울, 늪, 습지 등 서식지에 기대어 살아간다.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 파트너십(EAAFP)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세계 습지의 35%가 사라졌다. EAAFP는 지난 11일 낸 보도자료에서 “아시아의 아무르-헤이룽 분지에서 기후 변화로 자연 수계가 고갈되고 철새에게 중요한 번식 및 중간 기착지가 사라졌다”며 “세계의 조류종의 48%에서 개체수가 감소하는 것과 밀접하게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든 중요한 ‘습지 보존’을 개인이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새들을 위해 개인이 할 일이 있다. 전문가들은 새들의 죽음과 삶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조언한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의 정체, 유리창
지난 3월 29일. 자연의 벗 연구소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모니터링단 ‘에코버드’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복판에서 어른 박새 17마리가 한 장소에서 죽은 것을 발견했다. 범인은 ‘방음벽’이었다. 새들은 눈이 옆에 붙어있어 3차원을 인식하기 어렵다. 그래서 투명한 유리, 반사성이 높은 유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충돌해 죽는 경우가 많다. 국립생태원은 연간 새 788만마리가 우리나라에서 유리창 충돌로 죽는 것으로 추정한다.
조사를 이끌었던 김윤전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팀 팀장은 주위의 유리창을 “살펴보고, 기록해달라”고 말한다.
새들이 충돌할만한 유리창은 도시 주변에 흔하다. 버스정류장, 지하철 입구에는 유리로 된 구조물이 설치된 경우가 많다. 아파트 인근에는 커다란 방음벽이 있다.
유리창 조류 충돌 조사는 어렵지 않다. 국립생태원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 참여 조사 지침서’를 보면 된다. 우선 휴대전화에 네이처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을 선택한다. 사는 곳 근처의 투명 방음벽, 유리창 등의 상·하단을 고루 살피며, 새의 사체를 찾는다. 사체를 찾으면 사진을 찍어 네이처링에 올린다. 새의 종을 모르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새의 이동이 많은 시기에 피해도 늘어난다. 김 팀장은 “서해안 섬으로 들어가는 탐조인들도 조사에 참여해주면 좋겠다”라며 “새의 이동량이 많고, 건축물 충돌도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조건인데 관찰 기록이 거의 없어 피해가 산정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체가 거북하다면, 계절을 느끼는 탐조는 어때요
서울지역 탐조 모임인 서울의새 대표 이진아씨는 요즘 솔부엉이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새를 보고 시간이 지난 것을 안다. 솔새류가 오면 4월 중순이라는 뜻이다. 솔부엉이는 5월 초쯤 오는데, 올해는 다소 늦었다. 이 대표는 “지금 시기는 새들의 이동 시기라서 봄가을로 통과하는 나그네새, 여름 철새들을 멀리 갈 필요 없이 동네에서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새’는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정기탐조를 진행한다.
해외에서는 철새의 날을 기념해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에 탐조하는 행사를 열기도 한다. 이기섭 한국 물새 네트워크 상임이사는 “매년 같은 시기인 철새의 날에 한 탐조 기록이 쌓여서 데이터가 되면, 지난 20년간 어떤 새가 얼마나 줄었는지 경향을 알 수 있게 된다”라면서 “우리나라는 아직 철새의 날 탐조가 활성화돼있지 않아서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오는 20일에는 인천 남동 유수지 근처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 국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생일잔치’도 열린다. 남동 유수지에서 2주 전쯤 태어난 저어새를 위한 잔치다. 인천에서 번식하고, 제주에서 월동하는 저어새 ‘H54’도 현재 남동 유수지에서 번식을 하고 있다.
밤에 불이라도 꺼볼까
인공조명을 줄이는 것도 새를 위하는 길이다. 밤에 인공조명을 따라가다 유리창에 충돌해 죽는 새가 많을 뿐더러 인공조명이 날아가는 철새의 생체 시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지난해 세계 철새의 날 구호는 ‘새들의 밤을 위해 불을 꺼주세요’였다.
숲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인공조명은 곤충의 개체 수도 줄인다. 이기섭 상임이사는 “휴양림 같이 밤에 어두워야 하는 숲에 불이 켜져 있으면 곤충이 가로등으로 몰려와서 헤매다가 죽을 수 있다”라며 “곤충 밀도가 줄어들면 솔딱새류 같은 새들도 살기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빗속에 모인 시민들···‘윤석열 퇴진·김건희 특검’ 촉구 대규모 집회
- 트럼프에 올라탄 머스크의 ‘우주 질주’…인류에게 약일까 독일까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사라진 돌잔치 대신인가?…‘젠더리빌’ 파티 유행
- “나도 있다”…‘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 흔드는 경쟁자들
- 제주 제2공항 수천 필지 들여다보니…짙게 드리워진 투기의 그림자
- 말로는 탈북자 위한다며…‘북 가족 송금’은 수사해놓고 왜 나 몰라라
- 경기 안산 6층 상가 건물서 화재…모텔 투숙객 등 52명 구조
- [산업이지] 한국에서 이런 게임이? 지스타에서 읽은 트렌드
- [주간경향이 만난 초선] (10)“이재명 방탄? 민주당은 항상 민생이 최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