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결국 앞당겼다…40세부터 정기 유방조영술 받아야 하는 이유

염현아 기자 2023. 5.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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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질병예방특위 “기존 50세에서 40대로 하향 조정 권고”
“2015~2019년 미국 내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 연평균 2%↑”
한국도 40대 이상 환자에 2년마다 유방 X선 검사 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방사선 전문의가 돋보기를 사용하여 유방암 유방 촬영 사진을 확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는 젊은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40세부터 유방암 검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새 지침이 나왔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현지 시각)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50세부터 시작하는 여성의 유방암 검진을 40세로 앞당기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유방암 검진은 유방 내부 조직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유방조영술(유방 X선 촬영 검사)이 기본이다. 특위는 40~74세 여성은 2년 주기로 유방 X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새 지침은 유방암 위험도가 평균 수준인 여성의 경우에 적용된다.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이 있는 여성도 포함된다. 이미 유방암을 앓은 여성,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변이유전자(BRCA1)를 가진 여성, 고선량 방사선에 노출된 적이 있는 여성, 유방 병변이 확인된 고위험군 여성은 해당되지 않는다.

앞서 미국 영상의학학회(ACR)도 모든 여성이 25세에 유방암 위험 수준을 평가받아 유방 X선 검사를 시작하는 시기를 결정하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위험 정도에 따라 유방 X선 검사를 40세에 시작할지 또는 그 이전에 더 일찍 할지를 정하기 위해서다.

미 보건부가 선정한 의사와 과학자들로 구성된 질병예방특위는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전액 지원받고 있다. 특위가 발표하는 지침은 구속력은 없지만, 의료보험 회사들의 약물 또는 의료 처치의 급여 기준 결정에 근거가 되고 있다.

위원회는 2000~2015년 40대 여성의 유방암 진단이 불과 1% 늘어났지만, 2015~2019년에는 연평균 2%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평균적으로 높은 인종과 민족적 배경을 가진 여성은 40세부터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40대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사망률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캐롤 맨지오니 전 위원장은 “특위는 처음으로 모든 여성뿐 아니라 흑인 여성의 유방암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의뢰했다”며 “유방암 사망률에서 인종 간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방암의 원인으로는 호르몬, 유전, 방사선 치료 과거력,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노출 시간이 길수록 유방암 발병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평가가 많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또는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서 유방암 발병 위험이 비교적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유방암 환자의 증가세는 한국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40대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는 13%에 이른다. 이는 서구의 40대 젊은 환자 발생률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한국에서는 이미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40세 이상 여성에게 2년마다 1회 무료 유방 X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학회는 30세 이후 매달 유방 자가검진을 하고,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40세 이후부터는 1~2년 간격으로 의사에게 임상진찰, 유방촬영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권천 전 한국유방암학회장은 “40대 이하 환자는 호르몬 요인에 더해 비규칙적인 식습관, 수면 부족·스트레스 등 환경적 이유도 크게 작용한다”며 “40대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 수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유럽에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젊은 여성의 유방암에 대한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오면서 미국이 검사 시기를 낮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한별 서울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국내는 해외보다 유방암 검사가 이른 나이부터 실시되고 있고 관심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국내 여성은 70~80%가 섬유조직 비율이 지방보다 높은 ‘치밀 유방’인데, 유방 X선 검사로는 진단에 한계가 있어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30대 이하에서도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검사를 원한다면 가급적 방사선 노출을 피해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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