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비' 마친 KGC '원클럽맨' 양희종, 영광의 15년을 돌아보다[스한 위클리]
[안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안양 KGC가 한국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대업의 주인공이 됐다. 정규리그에서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KGC는 서울 SK를 상대로 챔피언결정전 7차전 접전 끝에 구단 역사상 4번째 플레이오프(PO) 우승이자 2번째 통합우승을 이뤘다. 시즌 중 차지한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우승까지 합치면 구단 최초의 트레블 달성이다.
그리고 이 영광의 시즌은 2007~2008시즌부터 상무 시절을 제외하고 KGC에서만 15년을 뛴 '원클럽맨' 양희종(39)의 은퇴 시즌이기도 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였던 양희종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다독여 팀의 우승을 이끌며 명예로운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스포츠한국은 누구보다 빛나는 현역 마지막 시즌을 보낸 KGC 구단 최초의 '영구결번' 양희종을 우승의 감동이 남아있는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당신이 내 주장이어서 고맙다"
2022~2023시즌 KGC는 정규리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PO 우승까지 거머쥔 2번째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전까지 이 같은 사례는 2018~2019시즌 울산 현대모비스가 유일했다. 여기에 KGC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SK에 패한 것도 갚아줬다. 이 모든 것이 KGC의 '원클럽맨' 양희종의 은퇴 시즌에 일어났다.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화려하게 선수 생활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열심히 뛰어준 후배들, 함께해준 코칭스태프, 팬들에게도 감사하다. 아직도 꿈속에 있는 듯하다."
양희종은 챔프전이 한창이던 5차전에서 어깨 부상을 당하며 남은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주장으로서 팀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함께 소리치며 값진 우승을 일궈냈다.
"시리즈도 2승3패로 지고 있는데 부상까지 당하니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주장이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6차전을 힘겹게 이긴 뒤 오마리 스펠맨에게 '지난해 잠실에서 SK에 챔프전 패배 후 울면서 했던 약속을 기억하냐. 네가 팀을 우승시킨 선수가 될지, 챔프전에서 매번 실패한 선수가 될지는 7차전 한 경기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스펠맨이 7차전에서 미친 듯이 활약했다. 스펠맨이 우승 후 '당신이 내 주장이어서 고맙다'고 하더라."
챔프 7차전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KGC가 SK에 경기 종료 3.4초를 남기고 100-97로 앞선 채 공격권까지 소유하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때 어깨 부상을 안고 있던 KGC 주장 양희종은 유니폼을 입고 코트 위에 섰다. 양희종이 선수로서의 마지막 순간을 코트 위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한 김상식 감독의 배려였다. KGC의 이번 PO 슬로건이었던 '라스트 디펜스'가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감독님이 6차전 전부터 가비지 타임 투입을 준비하라고 하셨고 그 덕분에 현역 마지막 순간을 코트에서 맞이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아버지 같은 스타일이다. 경기에서 져도 선수들을 크게 혼내지 않고 동작을 세세하게 가르쳐 준다. 또한 선수들의 의견을 훈련과 경기에 최대한 반영하시고 나도 벤치에서 회의에 참여하게끔 한다. 팀의 감독이면서 지도자를 육성하는 선생님 같기도 하다."
▶몸 던져 수비한 '15년', 그 세월을 함께해준 사람들
정규리그 중 진행된 은퇴식에서도 울지 않았던 양희종은 결국 챔프전에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챔프전을 치르면서 팬들의 엄청난 함성을 들었을 때 '앞으로 코트에서 못 듣겠구나'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내적으로 강한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약해진 듯하다. 우승 후 변준형에게 뽀뽀 받은 기억뿐이다. 또 박지훈, 문성곤은 울면서 은퇴를 축하해줬다. 고찬혁, 유진 등 어린 선수들도 코치로 빨리 돌아오라고 하더라. 떠날 때 '양희종이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갈까 싶다(웃음)."
양희종은 공격에서 화려한 선수는 아니었다. 커리어 내내 평균 득점을 두 자릿수 이상 기록한 시즌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몸을 날리는 수비와 한 발 더 뛰는 활동량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살림꾼이 됐다. 마치 '슬램덩크'의 강백호처럼 말이다.
"프로에 입단할 때부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데뷔 첫해인 2007~2008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이 동시에 뛸 때였기에 공격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수비 능력을 키운 것이 커리어 내내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했던 부분들이 지금의 나를 더 빛나게 했다."
그렇다면 KGC 15년 원클럽맨 양희종이 뽑은 '인생경기'는 언제였을까.
"원래 3점슛 9개 중 8개를 성공시킨 2016~2017시즌 챔프전 마지막 6차전이 인생 경기였다. 하지만 올 시즌 챔프전 7차전으로 바꾸겠다. 정말 명승부였고, 경기에 뛰지는 않았지만 벤치에서 후배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건네면서 감독님의 마음을 이해했다. 차라리 경기를 뛰는 게 나을 정도로 머리가 아프더라. 감독님과 코치님들은 이걸 매년 어떻게 하나 싶다. 정말 대단하다."
양희종은 KGC가 이룬 4번의 우승을 모두 함께한 선수다. 그러다보니 우승 때 멤버 구성은 다 달랐을 터. 이에 양희종은 역대 우승 당시 가장 강했던 KGC 팀을 선정하기도 했다.
"올해가 재미로는 최고였지만 아무래도 설린저가 있었던 2020~2021시즌의 KGC가 4번의 우승 중 가장 강력한 팀이 아닐까 싶다. PO를 10전 전승으로 우승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나. 그런데 설린저가 고비도 없이 팀의 우승을 이끄는 모습을 보고 그저 놀랐다. 그때는 긴장도 안하고 감탄하면서 챔프전을 봤다."
▶'아빠' 양희종의 인생 2막
이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양희종의 향후 계획은 어떨까.
"미국에 2~3년 정도 머물면서 본토 농구를 보고 외국어 공부도 할 생각이다. 그동안 공부와는 멀었기에 이번 기회에 친해지고 싶다(웃음). 물론 그 전에 가족과의 시간이 우선이다.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올해로 4살이 된 아들이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일본에서 열리는 EASL 참가를 위해 일주일 동안 집을 비웠을 때 아들이 영상 통화에서 '울산도 대구도 가지 말고 안양에서만 농구해'라며 통곡을 하더라. 너무 웃기면서도 슬픈 순간이었다."
양희종은 끝으로 자신의 프로농구선수 인생 전체를 함께한 KGC라는 팀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인생을 배운 곳이다.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 팬 분들께 양희종의 인생을 함께 걸어와 주시고 농구 선수 이전에 사람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받은 사랑을 최대한 돌려드리면서 살겠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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