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인도태평양에서의 미중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후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 대통령이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파푸아뉴기니 사이에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 해안경비대가 파푸아뉴기니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순찰할 수 있게 되고, 파푸아뉴기니는 미국의 위성정보를 이용해 자국 해역을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시진핑 중국 주석은 2918년에 파푸아뉴기니를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의 다른 섬나라인 솔로몬제도와 2021년에 맺은 협정이 미국과 호주 등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올해 2월에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30년만에 재개관했습니다. 작년 9월에는 미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열고 8억 달러 규모의 경제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남태평양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오는 5월 29-30일 18개 태평양도서국 정상급 인사들을 서울로 초청해 처음으로 한국-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우리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도 미국, 일본과 공조한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미일이 이들 나라에 자금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에서 서로 협력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육군과 달리 해군 함정은 이동속도가 빨라 예컨대 대만 앞바다에서 추격전을 펼치다보면 몇일새 호주 근방까지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군에 의한 봉쇄는 근해에서 상대방 항구를 둘러싸기도 하지만 대부분 먼바다에서 이뤄집니다. 중국의 항구로 들어가는 화물선을 막는 것도 봉쇄지만 멀리 있는 아프리카 항구 앞에서 중국으로 가는 화물선을 못 나가게 막는 것도 봉쇄입니다. 파푸아뉴기니는 미국의 동맹인 호주 북쪽 가까이에 있는 거대한 섬나라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해군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과 호주는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그 사이에 파푸아뉴기니가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여러 군데 확보하였고 이번에는 파푸아뉴기니와 군사협정 체결하면서 태평양지역에 여러 겹의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이라고 얘기는 하지만 인도양쪽 진출은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요한 열쇠인 인도(인도양)와 인도네시아(인도양으로 가는 길목)가 여전히 비동맹 노선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NATO가 일본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합니다. 도미타 코지 주미 일본대사는 워싱턴에서 가진 한 강연에서 이 사실을 알리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NATO가 아시아 지역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유럽 주요국가들이 근래 조금씩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데,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이 일본 해군과 연합훈련하는 것이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또 2022년엔 독일 공군기가 1956년 독일군 재창군 이래 최초로 아시아에 진입했고 한국도 방문했습니다. 2021년엔 독일 군함이 20여년만에 동중국해와 일본 근해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 감시작전을 펼치기도 했는데, 독일 군함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방문한 것은 20여년 만입니다. 프랑스 해군이 2025년까지 태평양에 샤를드골함이 이끄는 항모타격단을 배치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또, 최근 유출된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에는 영국이 2025년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자국 항공모함을 동해상에 전개하는 것을 검토한 정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기밀문서에 따르면 "일본 혹은 한국과 합동운용을 통해 항공모함을 전진배치 하거나, 미국의 동의를 얻어 항공모함을 미 해군 7함대와 함께 일본에 주둔시키는 방안"이 검토되었다고 합니다.
한국, 일본과 NATO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작년말 벨기에 브뤼셀에 주NATO 한국대표부를 개설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기간 중 시행됐던 미국의 '이민자 신속 추방' 정책인 '타이틀 42'가 이번주에 종료됩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는 벌써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멕시코 이남에 있는 다른 라틴아메리카 사람들도 미국에 들어가기 위해 백만명 이상 이동중이라는 보도도 있는데, 미국 정부는 초긴장 상태입니다.
미국으로서는 멕시코와의 국경이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곳을 통해 불법이민자들이 들어오기도 하고 또 마약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이 소비하는 마약의 대부분은 멕시코를 통해 들어옵니다. 과거에는 콜롬비아산 코카인 등이 멕시코를 경유해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펜타닐 같은 합성 마약이 멕시코에서 제조되어 들어오기도 합니다. 합성마약 제조에 쓰이는 재료들은 중국에서 도입된다고 합니다. 중국과 멕시코의 범죄집단이 손을 잡고 미국을 마약중독에 빠뜨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문제도 언젠가는 미중간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마약밀수로 돈을 모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은 이제 원자재 광산 기업들을 갈취하는 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패한 멕시코 고위관리가 협력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매년 3만명 이상이 살해되고 있고, 납치도 비일비재합니다. 부와 영향력을 가지게 된 카르텔은 정치에도 개입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의 살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지방선거 당시 100명이 살해됐습니다.
과거 로마제국은 변경에서 계속 들어오는 게르만족 손에 결국 멸망했습니다. 미국에서 국경을 차단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로마제국의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입니다만, 미국경제는 새로운 이민자 없이는 굴러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히스패닉계 이민은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미국 인구구성에서 히스패닉계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히스패닉 인구는 10년동안 20% 증가했고, 전체 인구의 18.7%를 차지합니다. 백인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라틴아메리카가 제2의 중동이 될 기회 또는 위험성이 있습니다. 탈석유와 전기배터리 시대가 임박했는데, 이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가 리튬입니다. 전 세계 리튬의 절반 이상이 라틴아메리카에서 발견됩니다. 전기자동차로의 전환과 관련돼 또 중요한 자원이 동(銅)과 니켈인데, 라틴아메리카는 동의 2/5, 니켈의 1/4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역 국가들은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칠레 대통령은 리튬 생산을 맡을 국영기업을 신설키로 결정했고, 멕시코 대통령도 리튬의 국유화를 선언했습니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정부는 리튬의 가격을 조절하기 위해 일종의 리튬판 OPEC을 결성하는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는 리튬 산업이 전적으로 국가 소관입니다.
자원부국이라는 것이 기회가 될 수도 위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석유매장량이 많은 중동지역이 부국도 많지만 전쟁과 정치적 혼란이 끊이지 않는 것 역시 석유가 큰 역할을 합니다. 라틴아메리카도 리튬 등의 필수 자원을 놓고 세계 열강들의 각축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 자원에서 나오는 부와 권력을 손에 쥔 독재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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