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위협에도 대북정책 1순위는 대화와 외교…국민여론 74%
적정시점에 조건없는 대북식량지원 '서울 선언' 대북제의 건의
北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여…남북접촉 간접통로로 활용 건의
출범 1년을 넘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확장억제력을 크게 강화하는데 성공했으나, 핵 위협 자체를 감소시키는 남북·북미대화에서는 별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국민여론은 북한의 핵 위협 등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대북 정책으로 '지속적인 남북대화 제의'를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통일 여론·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 어떤 방향의 대북정책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되어 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지속적인 남북대화 제의' 응답이 34.7%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 국제공조 강화가 21.1%, 군사력 대응 강화 15.8%,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설득이 11.2%, 대북제재 완화가 7.1%, 대북 경제제재 강화가 6.9%, 모름 및 무응답이 3.2%의 순서였다.
대화제의와 국제공조 강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한 설득, 대북제재 완화 등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 방법이 74%를 넘었으나, 군사력 대응강화와 대북경제재제 강화 등 강경책은 23%를 밑돈 것이다.
특히 대화제의 응답은 지난 해 4분기 32.5%에서 34.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위협이 한 해를 넘기며 더 증가했음에도 대화제의 응답이 더 늘어난 셈이다.
국제 공조 항목에는 일부 한미, 한미일의 군사공조 여론도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 항목 응답을 뺀다고 해도 대화와 외교를 중시하는 여론은 53%로 과반을 넘는다.
북한에 대한 인식도 협력 내지 지원 대상이라고 한 응답이 47.8%로, 경계 내지 적대 대상이라는 응답 37.1%보다 10.7%p 높았다.
한 분기가 지나면서 대화제의 응답이 더 증가한 것처럼 북한에 대한 인식도 협력 내지 지원 대상이라는 응답이 42.2%에서 47.8%로 5.6%p 증가했다.
북한을 경계와 적대의 대상으로 본 응답 역시 35.7%에서 37.1%로 1.4%p 증가하기는 했으나, 우호적 대북인식과 적대적 대북 인식의 격차가 전 분기 6.5%p에서 10.7%p로 확대됐다.
이런 여론은 우리 국민의 다수가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대화와 국제공조 등 외교적 해결 방법도 함께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한미 확장억제력 강화 등 군사적 ·동맹적 대응에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최근 정책행보는 이런 여론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있다.
북한이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고 핵무력 고도화에 몰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협상을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4월 미 NBC 인터뷰).
윤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북한 퍼주기를 중단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바 있고, 집권 2년차를 시작하는 12일에도 "과거 정부에서는 국군통수권자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니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서 결국 군에 골병들고 말았다"며, "정부가 정치 이념에 사로잡혀 북 핵 위험에서 고개를 돌려버린 것"이라고 북한 관련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통일 여론·동향분석보고서는 대화·외교를 중시하는 여론에 대해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에 대한 '억지'와 '관여'를 동시에 포괄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정세 상황 때문에 '억지'의 측면이 강조되었는데, 앞으로는 '관여'의 측면도 합당하게 부각시키며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중 갈등 구조의 심화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 증가로 인한 한반도 안보위기 발생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등 역내 국가와의 소통을 강화할 것"을 제언했다.
이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이런 국민여론조사 결과와 분과위원회별 논의내용, 자문위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억지'와 '관여'를 두 축으로 하는 1분기 정책 건의를 최근 확정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면보고 했다.
총 9개 분과위원회가 정책 건의를 했는데 , 특히 관여와 관련해서는 보건·환경분과위원회가 "김정은 정권의 무력도발 및 위협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되 북한 주민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전달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며, "가칭 '서울 선언', '한반도 선언' 등 적정 시점을 고려해 식량문제에 대해 조건 없는 대북지원을 제안해 남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문화·예술·체육분과위원회는 "정치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스포츠 분야의 교류는 정치적 변동에 관계없이 남북 간에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창구"라며, "북한의 세계 스포츠 행사 참여를 남북 접촉의 간접 통로로 활용할 것"을 건의했다.
북한은 "오는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 참여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대표팀이 참여할 경우 남북 간 접촉창구를 열어갈 수 있는 가장 쉬운 통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표팀들이 참여해 북한 대표단과 자연스런 접촉 기회를 만드는 노력도 필요"하고, "한국 대표단에는 남북 스포츠 교류 분야 전문가들을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건의했다.
한편 민주평통의 1분기 국민여론조사는 지난 3월24일~26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에 대해 전화설문조사(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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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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