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퇴진…롯데 서튼에 달린 '외국인 감독' 시대 [야구오디세이]
연이은 실패로 외국인 감독에 대한 회의론도 있어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불과 2년 전만 해도 KBO리그는 외국인 감독 선호도가 높았다. 10개 팀 중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등 3개 팀이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유가 있는 트렌드였다. 각 구단은 두 가지 좋은 선례를 보고 외국인 감독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봤다.
앞서 KBO리그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팀을 맡아 '노 피어(No fear)' 정신을 강조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트레이 힐만 전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 감독도 2017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이어 2018년 외국인 감독 최초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당시 내리막길을 걷던 롯데와 SK는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 참신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판단, 과감하게 외국인 감독 선임 카드를 꺼냈다. 이는 대성공이었다.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오랫동안 식견을 쌓은 두 외국인 감독은 선진 야구를 도입해 체질을 개선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시스템을 정립해 팀을 만들어가면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껏 자기 야구를 펼쳤다. 그러면서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성도 잘 이해했다.
이런 기류를 타고 외국인 감독 3명이 KBO리그에 왔다.
KIA 타이거즈가 2019년 10월 맷 윌리엄스 감독을 선임했고, 1년 뒤에는 한화 이글스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2019년 10월 롯데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된 래리 서튼 감독도 2021년 5월 허문회 감독이 해임되면서 1군 사령탑으로 승격됐다.
KIA와 한화, 롯데는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 강력한 쇄신과 데이터 야구 강화, 젊은 선수 육성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리빌딩으로 초석을 다지면서 팀이 어느 정도 완성된 뒤에는 가을야구 이상의 성적을 바랐다.
그렇지만 외국인 감독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도 낙마했다. 윌리엄스 전 감독은 3년 임기를 못 채우고 2시즌 만에 짐을 쌌고, 수베로 전 감독 역시 계약 마지막 해에 팀을 떠났다.
윌리엄스 전 감독은 1군과 퓨처스 선수단 통합 관리까지 맡는 등 전권을 휘둘렀지만, 성적과 육성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지도 못했고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 소통이 어려운 감독이라는 평가도 따랐다.
KIA는 윌리엄스 전 감독 체제에서 131승10무147패(승률 0.471)를 기록하면서 2020년 6위, 2021년 9위에 자리했다. 결국 구단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과 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대표이사와 단장이 동반 사퇴하고 윌리엄스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한화 역시 수베로 전 감독 체제에서 106승15무198패(승률 0.349)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최하위에 그쳤고, 수베로 감독이 물러날 때 한화의 이번 시즌 순위도 9위였다.
오랫동안 리빌딩에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는 리빌딩 전문가로 정평이 났던 수베로 전 감독에게 기대를 걸었지만 두드러진 효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폭넓은 기회를 줬지만 한화의 뎁스가 워낙 얇기도 했다.
한화는 지난해 경질설이 끊이지 않았던 수베로 전 감독과 동행하기로 결정하면서 프리에이전트(FA) 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영입했다. 이제 성적을 내겠다는 강한 의지였으나 한화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과 부상까지 겹쳐 최악의 출발을 했다. 4월까지 성적은 6승1무17패로 승패 차가 -11이었다.
수베로 전 감독은 구단과 선수단 운영을 놓고 마찰을 빚었다. 구단은 리빌딩을 선언한 지 3년 차임에도 여전히 실험적인 야구를 하고 있는 수베로 감독의 운영 방식을 납득하지 못했다. 여기에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많았다.
윌리엄스 전 감독과 수베로 전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떠났고 두 구단은 외국인 감독 체제에서 끝내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외국인 감독 선임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보장하던 기록도 깨졌다.
씁쓸한 결말을 맞이한 만큼 외국인 감독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외국인 감독도 실패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 야구 실정에 맞지 않는 운영을 했던 것도 부정적 견해를 키웠다. 한 야구인은 "(감독, 코치 등) 외국인 지도자들이 온 만큼 선진야구를 배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지도 방식이 엉뚱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회의론까지 일고 있다. 자칫 이런 주장에 더 힘이 실린다면 '6번째' 외국인 감독이 선임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일하게 남은 서튼 감독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2021년과 2022년 모두 8위에 그쳤던 서튼 감독의 계약기간은 올해까지로 이번 시즌 성적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달렸다.
서튼 감독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서튼 감독이 그동안 롯데의 체질을 바꿔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상식적 경기 운영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에는 KIA와 홈 경기에서 0-23이라는 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점수 차 패를 당했고, 일부 팬들은 서튼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단 이번 시즌에는 4월을 단독 1위로 마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2일 수원 KT 위즈전까지 17승11패로 2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해에도 4월까지 2위를 달리다가 성적이 하락한 적이 있다. 시즌은 길고 롯데도 116경기가 남아있다. 아직까지는 롯데와 서튼 감독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단 서튼 감독이 지금처럼 좋은 흐름을 시즌 끝까지 유지해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야구를 이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서튼 감독이 계속 롯데 지휘봉을 잡게 된다면 로이스터 전 감독 이후 2번째로 재계약에 성공한 외국인 감독이 된다. 아울러 KBO리그에 외국인 감독이 필요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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