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문제, 수베로 감독님께 죄송..." 손혁 단장도 책임 통감한다
[OSEN=이상학 기자] 성적 부진이 감독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프런트의 수장도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있다.
한화가 지난 11일 카를로스 수베로(51) 전 감독을 경질하면서 구단을 향한 비판 여론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한화 리빌딩 사명을 안고 한국에 온 수베로 감독은 지난 2년간 10위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올해도 경질 시점까지 9위(11승19패1무 .367)에 그쳤다.
지난 겨울 FA 및 트레이드로 전력을 보강하며 '이기는 야구'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춘 구단과 육성 전문가인 수베로 감독의 방향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투수 교체 실패로 경기 후반 역전패를 반복하며 순위 싸움에서 밀려났고, 야수진도 공수에서 고정 포지션이나 라인업 없이 실험적 운영이 이어졌다.
5월 들어 상승세를 타며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4월말 연패 기간부터 구단은 감독 교체를 논의했고, 최원호 신임 감독 선임 절차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11일 오후 그룹의 최종 재가가 떨어졌다. 부득이하게 11일 경기 종료 후 수베로 감독에게 계약 해지 사실을 알렸다. 박찬혁 대표이사가 직접 감독실을 찾았다.
손혁(50) 단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손혁 단장은 “지난해부터 (감독 교체) 고민을 했었고, 연패 기간 중에 다시 논의했다. 경기를 이기고 나서 결정을 알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결정이 된 이상 뒤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오는 것보다 직접 바로 얘기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단장은 “수베로 감독님께 죄송한 부분이 있다. 스미스가 개막하자마자 부상으로 이탈하고, 오그레디가 계속 부진하면서 팀 전력이 많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 부분에 대해선 감독님께 진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을 자책했다.
선수 풀이 넓지 않고, 이동도 제한적인 KBO리그에선 외국인 선수 3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외국인 선수 계약은 프런트 영역으로 팀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 업무다. 그러나 올해 한화가 1선발로 낙점한 버치 스미스는 어깨 통증을 이유로 개막전 2⅔이닝 60구 만에 방출됐고, 거포로 기대한 브라이언 오그레디도 1할대(.127) 타율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이 부분에 있어 손 단장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스미스를 빠르게 방출하고 대체 외국인 투수로 리카르도 산체스를 영입한 손 단장은 “시간을 두고 대체 선수를 찾으면 후보가 점점 더 나온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 선발이 버티지 못하고 일찍 무너지면 불펜도 과부하가 걸린다. 우리 팀은 내년과 후년이 정말 중요한데 빨리 와서 5~6이닝 꾸준히 던져줄 수 있는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다. 앞으로 봐야겠지만 산체스가 데뷔전에서 나쁘지 않은 투구를 했다”며 “오그레디도 조금 더 보겠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움직이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새 야구장이 개장하는 2025년을 승부의 해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 이제 1년 반 시간이 남았는데 그 사이 투타에서 확실한 구성이 갖춰져야 경쟁력 있는 팀으로 싸울 수 있다. 손 단장은 “(수베로 감독으로 계속 갔다면) 내년에 새 감독이 처음부터 팀을 세팅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타순이나 불펜 보직이 어느 정도는 세팅이 돼야 한다. 수베로 감독님께선 여러 선수들로 더 다양하게 해보고 싶으신 부분이 있었다”며 구단 방향과 감독 운영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비록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지만 수베로 감독의 노고는 인정받아야 한다. 지난해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 때부터 2년간 수베로 감독을 지켜본 손 단장은 “어떤 감독이 왔어도 못 버틸 어려운 자리를 맡으셔서 2년간 꿋꿋하게 좋은 역할을 해주셨다. 소신 있게 리빌딩하셨고, 선수들을 많이 관리해줬다. 한 베이스 더 가는 주루도 이식시켜줬다.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도 우리가 잘 이어나가야 한다”며 수베로 감독이 남긴 유산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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