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억2000만원짜리 로얄살루트 위스키, 아트부산 2023 현장서 팔렸다
초고가인데 판매도 성사…위스키+아트 가치↑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부산 2023'.하종현의 '접합', 최욱경의 '무제'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사이에서 색다른 전시물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위스키 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선보인 위스키 '로얄살루트 포시스 오브 네이처 바이 케이트 맥과이어'다. 영국 출신 작가 케이트 맥과이어의 작품 '파라곤(Paragon)'과 함께 한 세트로 구성돼 가격이 1억2,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위스키는 전 세계적으로 스물한 병만 생산됐고 국내에는 딱 한 병 들어왔다. 이 에디션은 현장에서 위스키에 조예가 깊은 한 관람객에게 즉석 판매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전시 기간 내내 해당 제품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다"며 "위스키 브랜드가 전시회에서 부스를 운영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여러 아트 컬렉터와 VIP가 큰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12일 페르노리카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에디션은 희귀한 만큼 나라별 수입 기준도 까다로웠다. 한국은 소비자들이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고 아트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아 에디션을 들여올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새 하이엔드 위스키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에디션은 53년 이상 된 원액만 블렌딩하고 한 병만 살 수 있으며 아티스트와 협업이라는 가치까지 붙으면서 높은 금액이 책정됐다.
무엇보다 백화점 등 전통적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고 전시회에서 아트로 소개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특히 케이트 맥과이어의 작품과 함께 전시돼 53년 위스키에 담긴 정성과 시간의 가치, 장인정신 등을 표현했다.
위스키가 담긴 크리스털 디캔터는 장인이 유리를 손에 잡고 입으로 불어 만든 수제품이다. 여기에 케이트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섬세한 깃털 문양을 새겨넣고 24캐럿의 금으로 장식해 예술적 가치를 더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제품은 로얄살루트가 새로 선보이는 아트 프로젝트 아트 오브 원더(Art of Wonder)의 첫 번째 작품"이라며 "위스키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눈으로 감상하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는 브랜드 가치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초고가 위스키가 팔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단 두 세트만 들여온 1억 원대 '로얄살루트 더 에이지 컬렉션'이 팔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최장수 재위를 기념한 제품으로 각기 다른 열 병이 한 세트였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엔 한 병에 1억 원이 넘으니 초고가 위스키 구매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실감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예전에는 수천만 원대 위스키가 국내에서 팔리려면 수일이 걸렸지만 요즘은 훨씬 짧아졌다. 지난달 이 회사가 공개한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은 한 병에 1,848만 원임에도 한정판 여섯 병이 당일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하루 만에 완판될 정도…'디깅' 문화가 시장 키워
해외에서는 위스키의 몸값이 더 높다. 2019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약 23억5,000만 원에 낙찰된 '맥캘란 파인앤레어 1926'는 최고가 위스키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2020년 홍콩 경매장에 등장한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의 한정판 '야마자키 55년'은 낙찰가가 9억5,000만 원에 달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주요 명품 중 희귀 위스키의 수익률은 428%로 뛰었다.
하이엔드 위스키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단순히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비용, 시간을 들여 브랜드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탐구하는 '디깅'(Digging) 문화가 정착했기 때문이다. 디깅은 특정 분야에 몰입하고 지갑을 여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일컫는다. 특히 한정판 에디션의 경우 희소성이 높아 재테크 수단으로도 인기를 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술을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맛과 품질, 브랜드 스토리를 공부하는 젊은 세대가 늘면서 역사가 깊은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것 같다"며 "특히 세계적 명성의 위스키와 아트의 접목은 새로운 스토리와 경험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영국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을 축하하는 '로얄살루트 찰스 3세 대관식 에디션'도 입고 완료해 최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에디션은 3,000만 원대로 전 세계 생산된 500병 중 국내에는 단 아홉 병만 들어왔다. 디캔터와 패키지에 영국 군주를 상징하는 왕관, 왕실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장소 등 역사적 요소를 담아 대관식의 의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양윤선 인턴기자 qorfh0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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