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로 새 단장, 매출은 글쎄"… 우후죽순 빈집, 어떻게 하면 사람들 모일까

이종구 2023. 5.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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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빈집 정비사업 현장 가보니]
10년 넘게 방치된 식당·파출소 철거
10억 들여 마을카페 오픈 공동운영
마을 환경 개선 효과에 주민들 반색 
손님 없어 인건비 겨우 건지는 수준
"관광객 유입 아이템 개발 병행해야"
10일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 마을 초입에 들어선 ‘백의마을 카페’. 이 카페는 재정 10억 원을 들여 10년 가까이 비워 있는 빈 식당을 개조해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이종구 기자
2020년과 2021년 각각 방문자센터와 마을카페로 새롭게 변신하기 10년 전쯤 빈 채로 방치돼 있던 연천 백의2리 식당과 파출소 건물. 연천군 제공

"어둡고 삭막했던 마을 분위기가 환해졌어요."

10일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에서 만난 슈퍼마켓 주인이 마을 입구 2층짜리 카페를 가리키며 건넨 얘기다. 백의2리는 1980년대 전형적인 농촌마을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하얀색 벽면에 따뜻한 전구 조명 장식까지 도심에서나 볼 수 있는 백의마을카페(250㎡)가 사람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1990~2000년대 군부대 주둔 병력이 급감해 인구소멸이 우려되는 지역이지만, 카페 안에는 적지 않은 손님이 눈에 띄었다.

백의마을카페와 바로 옆 방문자센터는 10년 넘게 흉물로 방치됐던 빈 식당과 파출소 건물을 철거해 만들었다. 인구소멸로 늘어나는 지역 빈집 문제 해결을 위해 경기도와 연천군이 32억 원을 투입해 2019년부터 4개년 계획으로 추진한 ‘빈집 활용 시범사업’의 결과다. 카페와 500m 떨어져 있는 마을공유호텔(게스트하우스, 244㎡)도 70년 된 빈 여관 건물을 개조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주민들 반응은 긍정적이다. 주민 김모(66)씨는 “카페가 들어선 뒤 침체된 마을 분위기가 한결 활기차졌다”고 좋아했다. 카페에서 만난 인근 중학교 교사 송모(33)씨는 “마을에 차 한잔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동료들 모두 좋아한다”며 “카페 활성화를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가끔 문화 공연을 열기도 한다”고 전했다.


10억 들인 마을카페, 월 매출 800만 원 그쳐

경기 연천군 백의2리 빈 여관을 개조해 만든 마을공유호텔(게스트 하우스)

주민들 반응과 달리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마을카페의 경우, 침체된 농촌마을 특성상 수요가 많지 않아 대부분 인근 군부대 장병에 의존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월 매출이 800만 원이지만 관리 운영비를 빼면, 순이익은 한 명 인건비 정도라는 게 연천군 관계자 설명이다. 7월부터 연천군에 매월 위탁 사용료까지 내면 큰 이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지난달 객실(7개) 가동률이 14%로, 매출이 월 100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2020년 준공이 완료된 방문자센터는 고객 수요가 없어 3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운영은 ‘백의마을협동조합’이 맡고 있다. 하지만 매출이 많지 않아 조합 참여자는 5명에 불과하다. 연천군 관계자는 “빈집 활용 사업으로 마을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됐지만, 가장 큰 목적인 일자리 창출과 주민 소득 창출 효과로는 이어지지 않아 고민스럽다”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유입 이끌 소프트웨어 개발 필요”

10일 경기 연천군 청산면 백의2리 거리 곳곳에 문을 걸어 잠근 지 오래돼 보이는 빈 상가가 많이 보인다. 백의2리 마을 상권은 2000년대 군부대 병력 감소로 급격하게 쇠락했다. 이종구 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전국 6만6,000여 채에 달하는 농촌 빈집(단독주택 기준)을 2027년까지 3만3,00여 채로 줄이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인구소멸로 빈집이 급속히 늘면서 지역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까지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자체 집계로는 전남(1만8,568가구)과 전북(1만7,918가구), 경남(1만564가구) 등 전국적으로 9만3,943채의 빈집이 있다.

정부는 지역 소득 창출형 ‘재생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연천군 사례처럼 입지와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지역 특성상 경제적 효과를 내는 시설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가 애물단지인 빈집을 지역 경제 활성화 시설로 개조하는데 꺼리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양주시도 빈집 정비 사업을 통해 2021년 2월과 8월 은현면에 카페봉암창고와 임대주택인 봉암월드프라자를 지었다. 두 시설에서도 월 1,00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해, 일부를 마을 기금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1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을 고려하면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 경기도가 지난 2년간 빈집 203채에 대한 철거 및 보수비용을 지원했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시설로 연결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농촌 빈집을 지역경제 활성화 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소유권 이전 문제부터 주민을 규합하는 일까지 난관의 연속”이라며 “아이템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빈집 대책에 하드웨어(시설물)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관광 유입 아이템)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희철 대진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시설물 짓는 데만 급급해 외부 관광객을 끌어올 수 있는 아이템을 소홀히 하면 결국 자생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해당 지역의 스토리텔링이나 지역 예술가들과 연계한 특색 있는 문화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보다 먼저 빈집 문제가 대두한 일본은 2026년부터 빈집세를 부과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빈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을 계속 쏟아부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일본 등 외국의 성공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빈집 상위 10위 시도 현황. 그래픽=김문중 기자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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