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지방정부 33년 우정...경기도 예술단, 열도에 K컬처 심다

임명수 2023. 5.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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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1990년 아시아 첫 자매도시 결연 
코리아공원 조성에 코리아마당 행사도
경기도예술단 공연이 교류 기폭제 역할
4월에도 두 지자체 수장 정책 교류 협력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한일시민교류 마당에서 경기도예술단 단원이 경기민요를 부르고 있다. 경기도 제공

지난달 17일 김동연 경기지사는 일본 가나가와현을 방문해 구로이와 유지 가나가와현 지사와 만나 해외투자 유치 등 두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확대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김 지사는 "코로나19도 있었고 한일관계가 다소 힘든 점도 있었지만 지방정부 간 인적교류와 문화교류, 비즈니스는 정치 상황과 상관 없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로이와 지사도 "코로나19로 3년간 경기도와 교류사업이 중단됐고, 2020년 교류 30주년에도 경기도를 방문하지 못했다"면서 "가나가와현 직원을 4월에 경기도에 보냈고, 내년에는 경기도 교류직원이 가나가와현으로 와줬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경색된 한일관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회복도 되기 전에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은 긴밀한 교류협력으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 두 지자체가 정부보다 앞서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문화교류를 통해 쌓아온 이해와 신뢰가 밑거름이 됐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일본 한일시민교류마당에서 경기도예술단 단원들이 사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도 자매도시, 일본 가나가와현

경기도는 1990년 아시아 지방정부 중 처음으로 가나가와현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인구 923만여 명의 가나가와현은 일본 경제의 중심으로 석유와 전기, 화학, 중화학공업 등이 발달한 지역이다. 수도 도쿄와 인접해 있고, 해상·육상·항공 등 교통중심지라는 특징은 경기도와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두 지자체는 1994년 우호의 상징물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 츠루미구 일원의 미쓰이케공원에 ‘코리아공원’을 조성했다. 5,000㎡ 면적에 별당과 정자, 장승, 해태석, 정원 등 한국 양식으로 조성된 코리아공원은 경기도와 가나가와현의 우호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두 지자체 간 우호 관계 유지에는 ‘재일대한민국민단(민단) 가나가와현 지방본부’의 역할이 컸다. 민단 측은 코리아공원이 조성된 1994년부터 매년 10월 일본인을 대상으로 경기도 문화소개와 코리아공원 홍보를 위한 ‘코리아 마당’ 행사를 열었다. 경기도 관계자는 "민단 측의 이런 노력이 가나가와현 일본인들에게 경기도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열린 한일시민교류마당에 마련된 도자기 체험 부스에서 아이들이 체험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K컬처, 일본인 마음을 흔들다

2010년부터 시작된 경기도예술단 공연은 두 지자체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든 기폭제 역할을 했다. 경기도예술단 공연은 자매결연 20주년을 맞이해 민단 요청으로 이뤄졌다. 정치색을 배제하고 문화교류를 통해 한국 문화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 경기도도 민단 제안을 선뜻 수용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민요를 비롯해 사물놀이와 국악공연 등 한국 전통문화 공연을 선보였다"며 "경기도 이천 도예가의 도자기 제조 시연까지 진행해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성하던 두 지자체의 교류는 코로나19 사태가 번진 2020년부터 2년간 중단됐다. 하지만 두 지자체는 지난해 10월 '코리아 마당' 명칭을 '한일시민교류마당'으로 바꾸고 행사를 재개했다. 행사에는 일본인들과 재일동포 등 2만 여명이 관람할 정도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재개된 행사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경기도예술단 공연이었다. 지난해 한일시민교류마당에 참가해 경기민요를 부른 경기아트센터 하지아씨는 “일본에서 아리랑 등 우리나라 민요를 부르 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일본 현지 분들도 큰 호응을 해주셨고, 재일동포 분들이 ‘아리랑’을 따라 불렀을 때는 뭉클했다”고 말했다. 실제 행사 현장에선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지르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일본인들이 적지 않았다. 공연 이후에도 ‘감동해서 눈물이 났어요’, ‘경기도에 대해서 조금은 알 수 있어요’ 등 의미 있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한국페스티벌 IN 나고야' 행사에 경기도예술단 팝스앙상블이 공연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가나가와현 교류로 시작된 경기도예술단 공연은 일본 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2년부터는 민단 측 요청으로 일본에서 주최하는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 예술단을 파견하고 있다. 일본 주요 도시 한복판에서 광복절에 아리랑 등 한국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사야오도리공원에서 열린 ‘한국페스티벌 IN 나고야’ 행사에도 경기도예술단 소속 경기팝스앙상블이 참가했다. 코로나19로 중단된 2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팝과 클래식, 대중가요는 물론 한국 전통음악 등을 선보여 행사장을 찾은 일본인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경기도예술단 관계자는 "K팝으로 익숙해진 일본인들에게 경기도예술단의 공연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경기도예술단의 문화 행사로 돈독해진 두 지자체 간 교류협력은 다른 분야로 확장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가나가와현의 헬스케어 프런티어 사업과 경기도의 경기 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의 장을 마련하기로 구로이와 지사와 뜻을 모았다. 김 지사는 또 7월 예정된 두 지자체의 독립야구단 경기 정례화와 구로이와 지사의 경기도 방문도 요청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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