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러다 공장 다 뺏긴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한국의 전기차 관련 회사들이 미국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한 전기차를 살 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80만2653대로 한국(16만2987대)의 5배 규모다.
미국은 자국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면 최대 30%를 세액공제 해주는데 한국은 그간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1%만 돌려줬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전기차 관련 회사들이 미국에 경쟁적으로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라는 법안을 시행하면서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한 전기차를 살 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하거나 조립해야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중국 다음으로 큰 전기차 시장이다. 작년에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80만2653대로 한국(16만2987대)의 5배 규모다. 미국의 조치가 강압적으로 느껴져도 한국 업체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이 내수 시장만 믿고 ‘제품을 팔고 싶으면 오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IRA는 미국 내 배터리 셀, 양극재·음극재 생산 설비를 갖춘 제조사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를 제공하는 데 그 규모가 막대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약 27조원을 투자하는데, AMPC로 약 5조6000억원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10조2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SK온은 4조원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걸로 예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 2위의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면서 실질적인 혜택까지 받으니 안 갈 이유가 없다.
글로벌 기업은 법인세율, 세제혜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환경이 가장 유리한 곳에 투자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까지 585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인데, 북미가 280GWh로 가장 많고 중국 145GWh, 폴란드 115GWh, 인도네시아 12GWh 등이다. 한국은 전체의 약 5%인 33GWh다.
SK온도 2025년까지 22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이 약 절반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중국과 유럽이다. 한국 기업이라고 한국에만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할 수 없고, 강요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야당이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해 24%로 정해졌다. 법인은 개인이 아니어서 부자라 부를 수 없고, 법인이 혜택을 보면 그 이익은 소액 주주나 근로자에게도 돌아가는데 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대중의 박탈감만 자극한다.
기업이 공장을 지으면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현대차그룹은 3조원을 들여 울산과 경기도 화성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국내에 신공장을 짓는 것은 무려 29년만이다. 미국은 자국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면 최대 30%를 세액공제 해주는데 한국은 그간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1%만 돌려줬다. 그러다 이번에 정부가 투자금의 최대 25%에 달하는 세제혜택을 주기로 하자 국내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인 장하성 런던대 교수는 오래전부터 제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제조업이 일반적으로 농업이나 서비스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생산성이 훨씬 빠른 속도로 향상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번영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이제 막 시장이 열리기 시작한 산업이고 한국은 이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배터리 산업은 원자재 수입·가공 → 소재 제조 → 셀 제조 → 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단계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전기차 생산공장 투자에 세제혜택을 늘려준 것처럼 배터리 분야에도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처럼 시장 규모가 크면 외국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하겠지만, 외국 기업이 매력을 느낄만한 시장 규모가 아니다. 내수 시장을 키우기는 어려워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일은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전재호 산업부장]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교류 원한다면 수영복 준비”… 미국서 열풍인 사우나 네트워킹
- 우리은행,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로 25억원 규모 금융사고… 올해만 네 번째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