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장거리 비행땐 뇌 둘로 나눠 반쪽씩 잔대요

김민 기자 2023. 5.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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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 철새를 보며 인간은 감상에 젖는다.

한 장소에서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과 달리 저 멀리 나는 철새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철새들은 필요에 따라 뇌를 반으로 나눠 반쪽씩 번갈아 잠을 자며 몇 달 동안 이어지는 비행의 수면 부족을 해결한다.

저자는 철새를 연구하는 방법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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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위의 세계/스콧 와이덴솔 지음·김병순 옮김/560쪽·3만2000원·열린책들
계절에 따라 오고 가는 철새를 보며 인간은 감상에 젖는다. 한 장소에서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과 달리 저 멀리 나는 철새에게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한데 어떤 철새는 인간이 마라톤을 126회 연속으로 달리는 정도의 거리를 난다는 것을 아는가. 유년 시절부터 새 관찰을 50년 넘게 해 온 저자는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장거리를 나는 새들의 놀라운 능력에 관한 최신 연구를 유려하게 풀어낸다.

오랫동안 조류 연구는 새들이 둥지에 머무는 번식기에 집중됐다. 그러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철새의 다리에 초소형 위치 추적기를 붙이고, 세계 곳곳에서 확보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한데 모으는 빅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철새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철새들은 필요에 따라 뇌를 반으로 나눠 반쪽씩 번갈아 잠을 자며 몇 달 동안 이어지는 비행의 수면 부족을 해결한다. 또 300km 떨어진 곳의 불빛을 볼 수도 있으며, 극심한 기아 상황에 몰려도 건강을 유지하기도 한다. 저자는 철새를 연구하는 방법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새들의 놀라운 능력을 위협하는 건 역시 인간이다.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생긴 뒤 붉은어깨도요새 7만 마리가 자취를 감췄고, 환한 도시의 불빛은 새들의 방향 감각을 해친다. 저자는 철새를 보호하려는 움직임도 현장 탐사를 통해 함께 전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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