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치인 따라 해볼까”… 2030 남성 눈썹 성형 열풍

김아진 기자 2023. 5. 13.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이미지 변신 위해
너도나도 눈썹 문신

“그렇게 하라고 할 때는 안 하더니 이재명, 안철수, 홍준표 전후(前後) 사진 본 뒤 바로 하겠다네요. ㅎㅎㅎㅎ”

눈썹 사진만으로 이 정치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표. 홍 시장과 안 의원은 눈썹 문신을 했다고 고백했고 송 전 대표와 이 대표는 눈썹 문신을 한 것으로 뷰티업계는 추정한다. /조선일보 DB

눈썹 문신 얘기다. 한 20대 여성이 인터넷 카페에 남자 친구 눈썹 사진을 올렸다. 듬성듬성 비어있는 눈썹 사진에 “무조건 하세요” “문신에 한 표 던집니다”란 댓글이 무수히 달렸다. “남사스럽다”며 거부하던 남자 친구는 결국 소신을 꺾고 눈썹 문신을 받았다. 차은우처럼 잘생긴(?) 눈썹을 갖게 됐다는 후기도 남겼다.

연예인, 정치인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미지 변신이나 또렷한 인상을 위해 눈썹 문신을 하면서 반영구 시술이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엔 화장으로 눈썹을 그릴 수 있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인기가 많다고 한다. 눈썹이 빠진 중년 남성이 남 모르게 받던 눈썹 문신이 이제는 2030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으로 외모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고의 ‘성형’으로 여겨진다나 뭐라나. 다만 비의료인이 하는 문신 시술은 불법이다.

“男 정치인 10명 중 3명은 했을 듯”

여의도에서 눈썹 문신을 한 남자 정치인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당 관계자들이 “요새는 10명 중 2~3명은 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정치인은 TV에 자주 노출되고 지역구민, 민원인 등과도 만나야 하는 직업이라서 외모에 꽤 신경을 쓴다. 한 국회의원은 “남자의 최대 고민은 탈모”라며 “머리를 심는 건 대대적인 시술이지만, 눈썹은 손쉽게 변신이 가능하니 지역에서도 ‘문신하세요’란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눈썹 문신이 잘된 의원이 시술을 권유하며 정보를 주기도 한다.

반영구 문신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치인은 단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다. 안 의원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확 달라진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다. 눈썹 문신을 하고 나타났던 것. 부드러운 이미지였던 안 의원은 눈썹 하나로 강한 인상을 갖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안철수 사진을 갖고 와서 똑같이 해달라는 남자들이 많았다”며 “최근에 많이 흐려져서 다시 손을 봐야 할 것 같긴 하더라”고 했다.

안 의원 이전에도 눈썹 문신을 했다고 ‘커밍아웃’을 한 정치인은 있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다. 홍 시장은 2011년 당대표를 할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눈썹이 다 빠져 문신을 해왔다고 고백했다.

작년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용산역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눈썹을 만지고 있는 사진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 대표가 눈썹 문신을 하고 온 것으로 보이는 송 전 대표의 눈썹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만져보며 부러워하는 장면이다. 이 대표 옆에는 아내 김혜경씨가 서 있었다. 이 대표는 “뭔가 달라 보인다”며 궁금해했다고 한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엄청 신기해하더라”고 전했다. 반영구 문신 업계에서는 이 대표도 2020~2021년 눈썹 문신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대표 스스로 인정한 적은 없지만 ‘3대장(안철수, 홍준표, 이재명)’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눈썹 문신도 유행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안 의원이 당시엔 가장 트렌디했다”며 “이 대표와 홍 시장은 다른 업소를 소개해주고 싶다”며 씁쓸해했다.

접근성 좋아 인기

눈썹은 인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눈썹이 없어 보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초상화 ‘모나리자’에 눈썹을 진하게 올린 패러디 그림을 보면 눈썹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관상학적으로도 눈썹은 수명, 건강, 재물, 명예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2030은 눈썹 스타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눈썹 문신은 칼로 피부에 상처를 내서 염료(색소)를 색칠하는 방식이었다. 숯검정을 발라놓은 것같이 인위적인 눈썹이었다. 반면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서 한 땀 한 땀 ‘진짜 눈썹’처럼 그려넣는다. 눈썹은 약 200~300개의 털로 구성돼 있다고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다. 업체들은 “3D 방식으로 내 것 같은 자연스러움과 한 올 한 올 살아있는 듯한 눈썹을 만들어드린다” “개인의 이목구비를 고려해 디자인한다”고 홍보한다.

눈썹 문신은 일자형, 각진형, 아치형, 상승형 4가지가 대표적이고, 색도 모발과 비슷하게 블랙, 브라운 등으로 고를 수 있다. 홍준표 시장은 “따가워 죽을 뻔했다. 마취를 해도 따갑더라. 참느라 혼났다”고 했는데, 마취 연고가 발달해서인지 최근 후기엔 “참을 만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가격은 노하우, 색소에 따라 다르지만 10만~30만원 정도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성형 수술과 비교해 가격 접근성이 좋은 점도 2030에게 인기인 이유 중 하나. 다운타임(회복 기간)이 짧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곧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데다, 시술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상처 낸 부위에 각질이 올라오면서 좀 더 연해져 자연스러워진다고 한다.

멀고 먼 합법화의 길

우리나라에서 눈썹 문신 시술은 대중화와 불법 사이에 있다. 현행법으로는 불법이다. 의사만 시술이 가능하다.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에서만 시술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간판을 달고 영업하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에선 눈썹, 입술, 아이라인, 두피 문신을 하는 곳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숍에서 받는 눈썹 문신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상당하다. 한 20대 남성은 인터넷에 “병원 시술은 내가 원하는 모양을 못 만들어준다”며 “피부과 의사가 타투를 배우러 다니겠냐”고 했다. 모순적이지만 반영구 문신을 배우는 학원은 합법이다.

정치권에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합법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시형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국회 공청회에서 “문신 염료에는 발암 물질뿐 아니라 미생물, 중금속, 방부제가 포함돼 있고, 마취 연고는 많이 바르면 마비, 심정지까지 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