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몸싸움·욕설에 벌레 먹기까지… 갈수록 살벌해지는 서바이벌 예능
논란 일수록 오히려 더 흥행?
서바이벌 예능 열풍의 이면
“뱀XX네 이거.”
“멈춰요, 형님! 이거 게임이야, 게임!”
MBC가 제작해 지난달 말부터 웨이브(wavve)에서 방영 중인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2′. 4회 차 게임 도중 참가자들의 거친 몸싸움이 여과 없이 방영됐다. ‘모든 무력 사용이 허용된다’고 공지된 게임에서 전 프로농구 선수이자 국내 최장신(221cm) 참가자인 하승진이 패배 후 분노를 터트리며 자신을 속인 유튜버 덱스의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달라붙어 말렸지만, 두 사람의 격한 몸 시위는 한동안 계속됐다.
당사자들이 사과 입장을 표명할 정도로 논란이 일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이었을까. ‘피의 게임2′는 승승장구 중이다. 지난 9일 웨이브 측은 ‘피의 게임2′가 공개된 지 2주 만에 전체 프로그램 중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날이 낀 연휴 기간에는 첫 주 대비 시청 시간이 220% 증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단다. 제작사인 MBC는 유튜브 채널에서 두 사람의 몸싸움 장면을 ‘※실제상황※ 하승진 VS 덱스 육탄전’이라는 제목의 숏츠 영상으로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다.
◇흡연에 끔찍한 벌칙도 등장
최근 서바이벌 예능은 유튜브와 OTT를 중심으로 원초적 서바이벌이 대세를 이룬다. 대체로 밀폐된 공간에 참가자들을 몰아 넣고, 회차마다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인다. 탈락자를 만들어 최후의 1인에게 수억 원의 상금을 몰아주는 방식.
특히 대형 유튜버들이 이런 생존 서바이벌 제작에 적극적이다. 구독자 260만명을 둔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서바이벌 웹예능 ‘머니게임’은 최근 방영된 ‘피의 게임’의 원조로 꼽힌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합숙하며 시합을 벌이는 격투 서바이벌 ‘파이트 클럽’, 게임 탈락자에게 벌레로 만든 양갱과 초밥을 먹이는 엽기 서바이벌 ‘우마 게임’ 등 다양한 서바이벌 예능이 유튜브에서 연이어 흥행했다.
신규 가입자 유치에 혈안이 된 OTT들은 이런 서바이벌 예능을 ‘구독 미끼’로 적극 활용하는 상황. 유튜브 생존 예능과 차별화를 위해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거대한 세트를 제작해 시청자의 호기심을 잡아끄는 게 특징이다. MBC가 제작해 세계적으로 히트한 ‘피지컬 100′은 넷플릭스로부터 제작비만 약 100억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티빙이 제작해 방영한 두뇌 서바이벌 예능 ‘더타임 호텔’ 역시 호텔 하나를 통째로 빌려 세트로 사용해 시청자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논란 끊이지 않는데...인기는 활활
하지만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방송 심의에 자유로운 유튜브와 OTT에서 방영되다 보니 출연자들의 흡연이나 욕설, 거친 몸싸움 등이 여과 없이 방영된다. 연예인을 넘어 유튜버와 일반인이 출연하다 보니 학폭이나 데이트 폭력 등에 휘말린 출연자들이 속출한다. 방송에 과몰입한 일부 팬들이 논란이 된 특정 출연자를 향해 사이버 테러도 빈발하는 상황.
그럼에도 서바이벌 예능이 계속 제작되고 흥행하는 이유는 뭘까.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제작사 입장에서 서바이벌 포맷은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이 시청자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과정과 결과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쉽다”고 했다. 마니아 층이 두꺼우면서 일반 시청자도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어 흥행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바이벌 예능이 지금 청년 세대에게는 큰 대리 만족을 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헌식 평론가는 “한두 명이 뽑힐까 말까 하는 요즘 취업 시장이 서바이벌 예능의 상황과 닮아 있지 않느냐”며 “절박한 청년세대 입장에서는 생존 경쟁을 뚫고 우승하는 출연자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응원하게 된다. 팬심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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