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김남국뿐일까
코인 손해 봤던 2030들 특히 분노
이제 ‘입법 로비’로 옮아간 의혹
최악의 스캔들로 번지나
반복된 코인(가상 화폐) 투자 광풍은 수많은 코인 폐인을 양산했다. 도박판이나 다름없는 코인 불장(Bull Market·강세장)이 조성될 때마다 2030의 주머니에서 나온 수천억, 수조원은 누군가에게로 흘러들어 갔다.
기성 세대의 부동산 투자 대열에 참여할 능력이 안 되는 2030에게, 코인은 그나마 돈을 불릴 ‘사다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전세금, 연말 성과급을 날리고 망연자실한 이들이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0억원어치 넘게 갖고 있었다는 ‘위믹스’도 2030을 울렸던 코인 중 하나다. 김남국에 대한 2030의 분노가 더 큰 이유다. 김 의원은 2022년 1~2월 최대 127만개의 위믹스 이체 거래를 했다. 이후 발 빠르게 다른 코인으로 갈아탔지만 ‘위믹스 사다리’에서 못 내린 2030들은 계속 손해를 봤다.
김 의원은 위믹스 취득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다. 2021년 초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판 9억8000만원이 종잣돈이라고만 했다. 남은 코인이 9억원 정도이고, 중간에 10억원 정도를 현금화했다니 10억원의 이익을 본 셈이다.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이다.
과거 김 의원이 “‘다음 달에는 100만원만 벌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며 살았다”는 ‘흙수저 코스프레’를 한 것에도 2030은 폭발했다. 사다리를 잡아 주는 척하면서 자기 잇속만 챙겼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 법사위나 인사청문회 도중에도 코인 거래를 했다. 작년 11월에는 법사위에서 핼러윈 참사(慘事) 관련 질의가 오가던 중에도 그랬다.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행태였다.
본지가 ‘김남국 코인’을 취재하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이다. 작년 12월에는 후배 기자가 김 의원에게 코인 보유 여부에 대해 물었다. 그때 김 의원은 “옛날에 기자들이랑 술자리에서 한 얘기가 와전된 거 같다. 나도 그만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2017년 한때 40억원어치까지 보유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허구의 사실이고 근거도 없지 않으냐”라고도 했다.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도 아니니 들킬 일이 없다고 본 것 같다. 이번에 보다 구체적으로 물으니 “확인을 못 해주겠다” “어떻게 취재가 된 것이냐”는 말을 반복했다.
2030의 특징은 탈(脫)이념, 탈정치, 실용이다. 그들에게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물질적 이익 추구는 당연하고 떳떳한 일이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을 갖고 뭐라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이라는 전제가 깨지는 경우는 못 참는다. 나의 투자가 다른 룰에 지배를 받는다고 판단되면 분노를 표출한다. ‘조국 사태’가 불붙었던 것은 조국 전 장관이 ‘대입(大入)의 공정’을 무너뜨린 것이 2030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제 ‘김남국 코인 의혹’은 ‘입법 로비 의혹’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코인 발행사들이 코인을 로비·홍보용으로 정치권에 뿌린다는 것은 가상 화폐 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나오던 얘기다. 주식은 신주 발행을 하려면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만 코인은 훨씬 쉽다.
위믹스도 일찌감치 로비 가능성이 제기됐던 코인이다. 한국게임학회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규제 완화 기류가 있을 때마다 위믹스 가치가 급등했다”면서 “‘위믹스 이익 공동체’가 국회에 있다는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코인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엄청난 스캔들이 될 수 있다. 제2, 제3 또는 그보다 더 많은 ‘김남국’이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로비가 민주당 쪽에 국한됐을 것이란 법도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송영길 돈 봉투 사건’보다 더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국 사태’ 2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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