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눈물 닦아주려… 개고기 대신 흑염소?

정상혁 기자 2023. 5. 13. 03: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여야 ‘개 식용 금지법’ 추진
대체재 흑염소 몸값 상승세
경기장에서 안타까움에 머리를 감싸쥐는 손흥민 선수. 최근엔 일부 관중들의 인종차별 논란으로 마음 고생을 했다. /조선일보DB

“네가 어디에 있든~ 너희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영국에서 활동하던 축구 선수 박지성이 경기에 출전하는 날이면 이 응원곡(?)이 울려 퍼졌다. 일명 ‘개고기송’. 함성으로 몸보신시키려는 의도라곤 하나, 인종차별의 혐의가 짙은 문제적 노래였다. 박지성이 은퇴하자 손흥민이 타깃이 됐다. 지난 1월 경기에서 상대 팀 팬들이 ‘개고기송’을 부르고, 2월에는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의 소셜미디어에 조롱을 퍼부었다. “개고기나 먹어라.”

정치권이 나섰다. 지난달 당 회의에서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며 “개 식용 문제에 획을 그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손흥민 선수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며 “개 불법 사육·도축·식용을 금지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손흥민 차별 예방법’이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례적으로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손흥민을 지켜라?

모란시장의 한 보신탕 집 풍경. 기력 충전용 개고기·개소주·흑염소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래픽=송윤혜

국격 때문이다. 예부터 개고기가 외국에서 한국식(食)으로 간주되긴 했으나, 이제는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았고, 반려견 시장 확대로 ‘야만적 섭식’이라는 인식이 한층 거세졌기 때문이다. 박지성 선수는 “젊은 세대는 개고기 먹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모습”이라고 한 방송에서 말하기도 했다. 황희찬 선수도 동의했다. “더는 긍정적인 얘기가 아니다.”

개고기가 야기한 문화적 악영향은 최근에도 관측됐다. 지난해 인천 강화군이 우호 도시인 미국 팰리세이즈파크시(市)에 청소년 12명의 어학연수를 추진했으나, 군내 식용견 사육장 실태가 현지에 알려지며 교류 중단 여론이 형성됐고, 결국 연수가 무산된 것이다. 강화군청 관계자는 “개고기 하나 때문이라고 못 박긴 어렵지만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라며 “도축장은 모두 철거했다”고 말했다.

◇흑염소로 갈아타?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보신탕집 앞에 진열된 개고기. /정상혁 기자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을 찾았다. “이렇게 맛있는 똥개 찾기 힘들어요.” 예전처럼 개를 철창에 가둬 놓고 도축하는 곳은 사라졌으나, 보신탕집은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투명 냉장고에 진열된 개고기를 가리키며 시세를 묻자 ㎏당 2만5000원이었다. 보통 흑염소를 함께 팔고 있었는데,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더 비쌌다. 한 보신탕집 주인은 “3년 전쯤부터 인기가 치솟아 값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보신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되고 대체재로 흑염소를 찾으면서 수요가 커진 것이다.

한국흑염소협회 관계자는 “소문난 영양식인 데다 육질이 개고기와 가장 비슷해 구입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갤럽 설문조사(1005명)에 따르면, 최근 1년 새 개고기를 먹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8%에 불과했다. 2015년 조사(27%)보다 세 배 가까이 줄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호불호에서 ‘좋다’는 17%에 그쳤다. 2015년에는 37%였다. 반면 흑염소 가격은 연일 상승세. 지난 3월 ㎏당 가격은 2만1500원으로 작년 동기(1만8000원)보다 약 20% 올랐다.

◇나라가 입맛까지 관여?

서울 종로의 한 보신탕집에서 요리한 개고기 수육과 탕. /이덕훈 기자

반발도 뜨겁다. 육견협회는 지난달 “손흥민도 가만히 있는데”라며 “월권이고 위헌”이라고 반발했다. 항의 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를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김 여사가 최근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를 만나 “개 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생업과 관계없는 일반인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회사원 박모(37)씨는 “가만 놔두면 없어질 텐데 굳이 법으로 강제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입맛까지 나라에서 관여하는 건 너무한 처사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1년 ‘개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조직해 관련 회의가 10여 차례 열렸지만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