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호랑이의 죽음… 배후는 길고양이?
서울대공원 시베리아호랑이 ‘파랑’을 폐사에 이르게 한 원인으로 ‘길고양이’가 12일 지목되고 있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인 파랑은 지난 4일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이 병은 길고양이가 흔히 걸리는데, 서울대공원에서는 길고양이가 동물 사육장에서도 발견되곤 한다. 동물원이라는 밀집되고 폐쇄된 환경에서 자란 야생동물은 이와 같은 병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민 동물복지표준협회장은 이날 “시베리아호랑이가 길고양이에게 병을 옮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고양이 범백혈구감소증 바이러스는 감염된 고양이의 분변이나 타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고, 벼룩·음식·바위 표면의 바이러스로도 전염된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대공원 근처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들은 동물원 내부에서 종종 목격됐고, 동물 사육장 안에 들어간 모습도 포착됐다고 한다. 고양잇과 동물만 걸리는 이 병은 구토, 설사, 혈변, 고열 증상이 나타난 뒤 5일 이내에 생사가 갈리는 치명적 전염병이다. 다 자란 호랑이도 치료를 받더라도 생존 확률이 10~20%에 그치며, 별다른 치료제는 없다고 한다. 전염률이 매우 높고 생후 3개월 내 새끼 때 걸리면 치사율이 최고 95%에 달해 ‘고양이 흑사병’으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서울대공원 측은 폐사한 파랑과 같은 병에 걸린 삼둥이 자매 ‘해랑’ ‘사랑’, 어미 ‘펜자’의 치료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병에 걸린 남은 호랑이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두고 감염 경로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공원이 집단 전염병에 민감한 건, 2년 전 남미관 사건 때문이다. 2021년 6월 남미관에 우(牛)결핵이 확산해 100마리 중 45마리가 안락사됐다. 카피바라, 큰개미핥기, 아메리카테이퍼, 라마 등 남아메리카 동물이 다수 희생됐다. 우결핵은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 남미관은 2년째 폐쇄된 상태다. 19종 48마리가 남은 남미관은 오는 7월 재개장 예정이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대공원 측은 밝혔다.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이 폐쇄된 공간에 모여 있기 때문에 집단감염에 취약하다. 특히 야생동물은 병에 걸려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아, 발병을 알아내는 것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10여 년간 근무했던 한 수의사는 “야생동물, 그중 특히 호랑이 같은 맹수는 병세를 노출하는 게 죽음과 직결되기 때문에, 질환을 앓고 있어도 티를 내지 않아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며 “맹수를 치료할 때 수의사들이 처치 작업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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