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책 다이어트
“첫째, 바닥에 책을 쌓아두지 말자. 둘째, 책을 상자에서 꺼내자. 셋째, 책등이 눈에 보이게 하자.”
일본 애서가 오카자키 다케시가 쓴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에서 읽었습니다. 오카자키는 장서가인 한 블로거를 인터뷰해 그가 2년간 ‘책 다이어트’를 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데요. 그의 원칙이 저 세 가지였답니다.
책이든 옷이든 ‘정리’의 기본은 갖고 있는 물건 목록과 위치를 아는 것일 겁니다. 바닥에 쌓아두거나, 상자에 넣어두어 보이지 않으면 파악이 쉽지 않죠. 분명히 소장하고 있는 책인데 도무지 찾지 못해 다시 구입하거나, 책이 필요해 샀더니 어느 날 책 더미 속에서 같은 책을 발견하게 되는 일을 왕왕 겪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이미 읽은 책은 정리하면 좋으련만 막상 내놓으려면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오카자키는 책 소장욕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책은 내용물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니다. 종이질부터 판형, 제본, 장정 그리고 손에 들었을 때 느껴지는 촉감까지 제각각 다른 감각을 종합해 ‘책’이라 불리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전자책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비싸고. 무겁고, 자리를 차지하며, 먼지투성이가 되곤 하는 종이책을 사들이는 것이겠지요.
종종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야수의 서재처럼 넓은 서재를 갖고 싶다고. 네 벽을 빼곡히 채운 책장에 책등이 보이도록 책을 꽂아놓고 싶다고. 바닥에 책을 쌓아놓고, 책장에 책을 두 겹으로 꽂아놓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그렇지만 오카자키는 말합니다. “장서량은 주거환경의 넓이에 비례하여 늘어난다.” 결국 서재를 늘릴 것이 아니라 책을 탐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이겠죠.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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