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녹조라테 원인은 보 아닌 축산 폐수”
분뇨처리 시설 여전히 미흡한 수준
10일 오후 경북 상주시 한 축산 농가. 낙동강 지천에서 400m쯤 떨어진 이 축사 한편에 소똥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이 농가는 10여 년 전 250마리였던 소를 400마리까지 늘렸다. 하루 3200㎏씩 나오던 소똥도 5200㎏으로 증가했다. 소똥은 석 달간 썩혀서 오염물질을 줄인 후 퇴비로 쓰는데, 여름철 녹조를 일으키는 인과 질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가 내리면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 농민은 “십수년간 이 일대 소와 돼지 숫자가 크게 늘었고 여름철 녹조도 심해졌다”며 “소똥을 바로 퇴비로 쓰지 못하는 환경 규제가 재작년 시행된 이후 ‘소똥 관리비’가 크게 늘면서 가축 분뇨를 몰래 방류하는 농가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 전후 10년간 16개 보(洑) 중 13개 보의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는 서울대·국립환경과학원 공동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그런데 수질이 악화한 3개 보인 상주보·낙단보·구미보는 모두 낙동강 상류에 있다. 환경단체 등이 보 해체 근거로 주장하는 여름철 ‘녹조 라테’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 상류 수질만 악화한 가장 큰 이유는 보가 아니라 이 일대의 ‘가축 수 증가’로 봐야 한다”고 했다.
12일 국립환경과학원의 ‘구미보 상류 오염원 현황’에 따르면, 낙동강 상류 전 지역의 소·돼지 수는 2012년 89만 마리에서 2021년 103만 마리로 약 14만마리(15.7%) 증가했다. 돼지는 56만6544마리에서 62만4681마리, 소는 32만9840마리에서 40만9483마리로 각각 늘었다. 축산 경기가 좋았던 영향이다. 반면 늘어나는 가축 수만큼 가축 분뇨 처리 시설 확충은 계속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2012년 가축 폐수의 바다 방류를 금지한 이후 우리나라 가축 분뇨는 하천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상주시 측은 “하천수 1급수의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가 1 수준인데, 일반 농가가 방류하는 가축 분뇨는 100 가까이 된다”며 “공공 시설에서 처리 못 한 가축 분뇨는 농가가 자체 처리하는데 기준이 헐겁다”고 했다.
축산 농가는 분뇨 정화 비용이 부담스러워 대부분 퇴비로 재활용한다. 분뇨를 퇴비로 썩히면 오염 물질이 많이 줄어들지만 바깥에 쌓아두기 때문에 비가 오면 하천을 오염시킬 수 있다. 여기에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지는 등 국내 강우 방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충남대 서동일 교수는 “장마철에 비가 집중되던 과거와 달리 갑자기 집중호우가 내리다보니 가축 분뇨 관리가 더 어려워졌다”며 “비에 쓸린 분뇨가 낙동강 지천과 지류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녹조는 하천 수온이 높을 때 물속의 인과 질소가 햇빛과 만나서 생성된다. 수온이라는 변수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여름철에 나타난다. 보가 하천의 유속을 느리게 해 녹조가 발생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녹조의 ‘먹이’인 인과 질소를 직접적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낙동강 녹조 현상을 가지고 환경단체 등이 4대강 사업 전체를 잘못으로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축 수 증가로 인한 분뇨 등) 오염원 관리에 대한 정부의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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