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성 핵종 많은데 분석 안해…방출보다 합리적 방법 찾아야 [한·일 정상회담 그 후]
SPECIAL REPORT -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한가
이렇듯 중차대한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면 단중장기적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객관적, 보수적, 체계적인 심층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부터 2013년 ALPS 작동 전후까지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발생한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사고 전후 장기적인 해양 생태계 영향에 대한 상세한 조사 결과는 부재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에는 장기적 방사성 물질 배출에 따른 해저 국부적인 농축과 생물학적 농축을 고려한 먹이사슬 평가가 포함되어야 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한 보수성을 고려하여 심층 분석해야 하는데 도쿄전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아메리슘 등은 소량만으로도 대량 피폭이 가능한데 방류한다면 우리나라보다 일본 동부 해안이 더 심각하게 오염될 것이다.
특히 3호기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혼합연료가 사용되어서 극미량으로도 치명적인 독극성 핵종이 많은데도 저장 용기 내 핵종분포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오염수 배출시 이러한 성분은 ALPS 제거를 통해 장기적으로 환경의 위험 증가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며 또한 이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입증해야 한다.
한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4, 5차 보고서 발표 관련해서는 해양 방류 대신 육상 저장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환경 오염 평가는 핵공학이 아닌 생물, 화학, 의학, 수산학, 해양학의 범주에 속한다.
지금이라도 해양 방출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뉴질랜드 포함 태평양제도 등이 연대할 때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필자는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사고 전산해석과 가상현실을 융복합한 3차원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2차원 계산 결과를 3차원으로 확장해 미국 쓰리마일섬 2호기의 비대칭 사고 진행에 중첩하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방류’가 아닌 ‘투기’ 수준이라는 것이 판명된다.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는 매일 흘러나오는 지하수와 오염된 해수로 희석하는 양을 포함하면 실제 투기량은 도쿄전력 발표보다 200배가량 많다.
시뮬레이션 결과 1호기가 녹아내리고 원자로 내부에 있던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했었다. 이 결과는 지난 4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보고서에서 사실로 판명됐다. 12년 만이다.
투기가 일어나면 방사성 핵종은 해양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대기로 날아가고, 심해로 가라앉을 것이다. 특히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최고 농도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암 발생 빈도는 10만 명당 33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완전히 없어지고 삼중수소만 남아 있으면 10만 명당 1명을 밑돌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관건은 오염수 보관 용기 내 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침적토, 부식물, 독극물 포함 기준치를 넘기는 오염 물질이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에 있다. 현재 꾸려지고 있다는 국내 전문가 시찰단은 오염수 외에도 인근 해수, 어패류, 저어류, 해조류, 퇴적물 등을 될 수 있으면 많이 가져와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분석하기 위해 촘촘하고, 빈틈없는 사전 기획이 필요하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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