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수 1L 마실 때 피폭량 바나나 8개 먹을 때와 같아 [한·일 정상회담 그 후]

2023. 5. 13.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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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한가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 마을 발전소에 방사능 오염수를 담은 탱크가 저장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해 올 하반기부터 3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슘 등 62종의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한 처리수는 안전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은 이런 계획을 승인했다. 하지만 한국·중국·대만 등 주변국들은 우려가 크다. ALPS로는 삼중수소를 처리할 수 없고, 정화한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버릴 경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한·일 양국은 이달 초 정상회담에서 합의한대로 오는 23∼24일 20명 내외의 전문가로 구성된 현장 시찰단을 후쿠시마에 파견한다. 이를 앞두고 중앙SUNDAY는 처리수 안전성 논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
사고 후 발전소 냉각과 지하수 유입으로 발생하는 오염수를 알프스(ALPS)라는 여과장치로 여과하면 처리수가 되는데, 여과된 처리수 중 방류기준을 충족하는 물량이 방류대상이다. 현재 삼중수소와 탄소를 제외하고는 여과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방류 시 위험성은 방류대상 처리수의 방사성 물질 총량과 농도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 탱크 내에 저장된 삼중수소의 농도는 대략 리터당 62만 베크렐(Bq) 정도인데 이를 해수와 희석하여 리터당 1500Bq 이하로 만들어 방류하게 된다. 1Bq은 1초에 1개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방류수 1L를 마신다면 삼중수소로 인한 영향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 것에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이온 음료에는 칼륨이 들어 있고, 방사성 칼륨도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이온 음료 1L를 마신 경우 피폭량은 1500Bq로 삼중수소수를 섭취할 때의 피폭량과 같은 수준이다. 방사성 칼륨과 삼중수소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우리 몸을 다 빠져나갈 때까지 우리 몸의 세포에 베타선과 감마선을 때려서 발생하는 건강영향이 같다는 것이다.

방류구에서 나오는 물을 바로 받아서 하루 2L씩 365일 마신다면 삼중수소로 인한 영향은 청정한 전복 1마리를 먹을때 전복 속에 존재하는 방사성 폴로늄에 의한 피폭량과 같은 수준이다. 폴로늄은 자연 방사능이고, 삼중수소는 인공 방사능이라 위험성이 다르다는 것은 전형적인 오해다. 인공의 야구공에 맞으면 다치고 자연의 돌멩이에 맞으면 다치지 않는가. 물체 종류와 무게, 날아오는 속도, 맞은 부위에 따라 다치는 정도가 결정된다.

방사선의 영향은 결국 방출되는 방사선의 종류, 에너지, 얻어맞은 인체 부위에 따라 그 영향이 결정될 뿐 그 근원이 자연인지 인공인지 우리 몸의 세포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 맞아서 아픈지 더 아픈지만 알 수 있다. 자연의 폴로늄에서 나오는 알파선은 삼중수소의 베타선보다 훨씬 강력하다. 폴로늄으로 사람을 독살하기도 했다.

그리고 삼중수소는 자연에서도 만들어진다. 하늘에서 만들어져서 비로 내리는데 빗물 1L에는 1Bq 정도 들어있다. 그래서 민물 1L당 1Bq 정도 삼중수소가 있다. 반면 해수에는 0.1Bq 정도 들어있다. 방류수가 해수와 희석되어 방류지점에서 수㎞만 떨어져도 농도가 리터당 1Bq로 떨어진다. 딱 강물 수준이 되는 것이다. 그 이후는 강물 수준도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해류가 우리나라로 바로 온다고 가정해도 우리나라에 미칠 삼중수소 영향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영향 수준에 불과하다. 총량 또한 너무 적다. 저장된 삼중수소가 2.2g 인데 동해에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가 연간 3g이 넘는다.

삼중수소 외에도 거르기 어려운 방사성 탄소도 있다. 현재 탱크에 저장된 방사성 탄소 농도는 리터당 40Bq 정도 된다. 생선이나 고기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탄소의 농도는 ㎏당 40~70Bq 정도다. 즉, 저장된 물의 방사성탄소 농도는 같은 부피의 청정한 생선이나 고기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방류 시 희석되므로 농도는 더욱 무시할 수준이 될 것이다. 저장된 방사성탄소 총량이 0.3g 정도인데 자연에는 75t이 있고 매년 10㎏이 생성되고 있다. 총량으로도 영향이 있을 수 없다.

뼈에 달라붙어 위험하다는 방사성 스트론튬의 방류기준은 리터당 30Bq이다. 방류기준에 딱 맞는 물 1L를 먹는다면 그 피폭량은 바나나 8개를 먹을 때와 같다. 따라서 방류기준만 만족한다면 방류구에서조차 영향이 없을 것이고, 이후 희석된 다음에야 우려할 게 없다.

생체 내 농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닷물 스트론튬 농도 대비 어류에 농축되는 비율은 3배 정도인 것은 사실이나 바닷물의 스트론튬 농도가 내려가면 같이 내려가게 되므로 바닷물의 농도가 의미 없으면 농축된 농도도 의미 없기는 매한가지이다. 아무리 농축되어도 방류구의 농도에 이를 가능성조차도 없다.

방류수의 위험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으나, 위험성이 없다고 이웃국가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방류하는 것은 잘못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 정부는 위험성이 없음을 잘 알려서 수산업계 등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한다.

정용훈 카이스트원자력및양자공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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