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북 인권 공식 언급한 건 북핵 연계 투트랙 압박 전략”

김나윤 2023. 5. 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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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전 주유엔대사가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한·미 정상이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북한의 약점을 집중 부각하면서 국제사회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오준 전 주유엔대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과 존엄성이 노골적으로 침해받고 있다”며 “북한 내 인권 증진과 납북자·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 전 대사는 중앙SUNDAY 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물리적 대응 강화와 함께 인권 이슈 제기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국제적 대북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3~16년 유엔대사를 지낸 오 전 대사는 2014년 유엔 연설에서 “남한 국민에게 북한 주민은 ‘아무나(anybodies)’가 아니다”며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해 주목을 모았다.

Q :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미송환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처음 명시됐다.
A : “북한을 바라보는 바이든 대통령의 시각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역대 미 정부 중 대북 정책에서 인권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한 건 버락 오바마 정부 때였다. 2014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인권 유린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할 때도 백악관의 역할이 컸다는 후문이다. 당시 부통령을 지내며 북한 인권에 그 누구보다 관심이 컸던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인권 문제를 다시 주요 의제로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Q : 양국 정상이 북한 인권 문제를 핵·미사일 개발과 연계한 것도 눈길을 끈다.
A : “한국식 표현으로 하면 ‘망신주기’ 방식의 국제적 압박 전략이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엄청난 규모의 나랏돈을 무기 개발에 투입하면서 정작 북한 주민들의 생활고는 외면하는 국가가 과연 정상 국가라고 할 수 있느냐는 공개적인 문제 제기인 셈이다. 한·미 양국이 물리적 대응 수위만 높일 경우 자칫 한반도 평화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인권 문제를 함께 거론하면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 속에 군사적 리스크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Q : 유엔 인권이사회도 지난달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A : “특히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을 떠올릴 만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보다 구체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취지다.”

Q : 한국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A : “5년 만의 동참인데, 이제라도 공동제안국에 복귀한 건 만시지탄이다. 지난 정부 때는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4년간 불참했는데, 이는 인권 문제를 정치적 고려 대상으로 삼았음을 자인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Q :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압박 강도를 높여도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 “당장 북한 인권 개선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조차 지속하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침해나 납북자, 국군 포로 문제는 북핵 이슈에 가려 국제사회의 관심도 줄고 해결도 갈수록 어려워지지 않겠나. 현재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인 자유권은 물론 의료·교육 등 최소한의 사회권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 정권도 내부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인 만큼 국제사회의 요구를 마냥 외면만 하긴 힘들 것이다.”

Q : 하지만 최근 북한의 도발을 보면 쉽게 대화에 응하지 않을 분위기다.
A :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 7차 핵실험이 예고되고 있지만 언제까지 무력 도발만 계속할 수는 없지 않겠나. 정권 존립을 위해서라도 한·미와의 대화 재개는 불가피한 수순일 거다. 한·미 양국도 이번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게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보다 정교한 외교 전략을 짜야 할 때다.”

김나윤 기자 kim.na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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