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멕시코 국경 수만명 ‘이민자 대란’

이유정 2023. 5. 13.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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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는 규정이 12일 자정(현지시간) 이후 폐지되면서 ‘규제 공백기’를 틈타 미국에 입국하려는 이민자 수만 명이 미국·멕시코 국경에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저녁 미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멕시코 국경 지대엔 미 영토로 진입하려는 이민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텍사스 엘파소의 미 국경 부근에선 며칠째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이들로 붐볐고 또 다른 입국 루트인 멕시코 마타모로스의 리오그란데강도 헤엄을 쳐서 강을 건너려는 자들로 가득했다. 특히 성인 키높이 수심의 리오그란데강에서는 갓난아이를 여행 가방에 넣어 물에 띄우거나 어린아이를 무등 태운 채 미끄러운 강둑을 기어오르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국경수비대가 확성기를 들고 “어린이들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은 최근 며칠 새 미 국경 지대에서 불법 입국을 시도한 2만8000명이 이민자 보호소에 구금돼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지역에 2만4000명의 국경수비대와 경찰을 배치해 놓은 상태다.

이 같은 ‘이민자 대란’이 빚어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가 2020년 코로나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이민자들을 즉각 추방할 수 있도록 규정한 ‘42호 정책’이 12일 사라진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42호 정책은 공중 보건상 이유라는 명목과 달리 실제로는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는 트럼프 정부의 의도가 담긴 조치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 3월 이후 42호를 근거로 추방된 인원은 280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 비상사태를 12일 자정에 해제할 거라고 발표한 뒤 소셜 미디어(SNS)에서 ‘42호도 폐지된다’는 이민 브로커들의 홍보 게시물이 급속히 확산됐다. 그러자 “42호 폐지 후 새로운 이민 규제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서둘러 입국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민자들이 대거 국경으로 몰려든 것이다. 이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규제 공백은 없다. 42호가 폐지된다고 국경이 개방되는 게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도 브리핑에서 “12일 밤이 지나도 미국 국경은 개방되지 않는다. 이민 브로커의 거짓말을 믿고 당신의 생명과 재산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NYT는 최근 불법 이민자가 급증한 데는 베네수엘라·콜롬비아·니카라과 등 중남미 국가들의 정치 불안정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미 공화당이 “국경 강화를 위한 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민자 정책이 내년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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