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서 식탁으로 바로 옮겨 놓은 듯 자연 그대로의 멋·맛 담는 게 핵심”
건강 밥상 ‘지중해식 식단’ 비결
2009년부터 코로나19 이전까지 스페인의 ‘무가리츠’, 독일의 ‘라 비’ 등 미쉐린 스타 식당에서 근무한 정 셰프는 유럽 전역을 여행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지중해 요리에 애정이 많다. 휴가 기간에는 일부러 미쉐린 스타 식당뿐 아니라 유럽의 시골마을 오래된 지중해 요리 식당에서도 그들의 요리법을 배웠다. 비자 문제로 귀국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눌러앉은 그는 부모님 집 앞 텃밭에서 1년간 채소와 허브 농사부터 지었다고 한다.
“지금도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게 손님에게 자연이 가진 아름답고 맛있는 맛을 제공하고 싶다는 거예요. 제가 이해하는 지중해 요리의 핵심은 조개류·갑각류·고추·쌀·올리브 오일·와인·꿀·허브를 주로 사용해서 자극적인 소스 없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본연의 맛을 충분히 담는다는 거예요. 맛이 깔끔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그 핵심 재료 중 내가 직접 키울 수 있는 것은 채소와 허브니까 우리 레스토랑에서 쓸 대부분의 것은 내가 조달하자 한 거죠. 서양식 요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채소와 허브도 수입하지 않고 직접 키워서 조달하고 있어요.”
‘기가스’는 저녁에 13가지 코스요리로만 메뉴를 준비하는데, 다른 곳에 비해 해산물을 사용한 메뉴가 압도적으로 많다. 갑각류는 주로 겨울철에 사용하는데, 이는 로브스터 등을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국내 제철 갑각류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해산물을 갖고 있는데 귀한 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정 셰프는 “지중해 요리라고 색다르고 어려운 게 아니다”고 했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자연을 충분히 담아 창의적으로 맛있게 만드는 요리이기 때문이다. 근본은 우리의 사찰음식과 닮았고, 조리법만 서양식일 뿐이다.
다음은 ‘기가스’에서 내놓는 메뉴의 레시피다. 재료가 조금 복잡하고 많지만, 모두 국내에서 구입 가능하다. 재료들의 조합과 맛을 눈여겨 보았다가 가정식 요리로 응용해 보길 바란다.
▶서해 동죽 조개&허브
①동죽 조개를 데운 냄비에 화이트 와인을 넣고, 1.5분 정도 중간 불에서 익힌 후, 얼음물에 식힌다. ②허브 주스는 모든 재료를 으깨서 섞은 후, 냉장고에서 이틀 정도 숙성해 체에 내린다. ③ ①,②를 80℃ 온도에서 5분 정도 같이 익힌 후, 곱게 갈아 체에 내린다. ④딜과 함께 접시에 예쁘게 담는다.
▶무늬 오징어&눈물콩
①오징어 껍질과 내장을 제거한 후 껍질 부분에 칼집을 내고 숯불에 5초 정도 빠르게 굽는다. ②엔초비 먹물소스는 작은 냄비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마늘과 양파를 익힌 후, 모든 재료를 넣고, 끓어오르면 뚜껑을 닫고, 불을 끈 다음 식힌 후 체에 거른다. ③끓는 물에 눈물콩은 1초만 데치고, 일반 완두콩을 사용할 경우는 10초 데친 후, 올리브 오일과 소금으로 양념한다. ④구안찰레는 잘게 다진다. ⑤접시에 같이 예쁘게 담는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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