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도, 니체도 끌린 그곳
나원정 2023. 5. 13. 00:29
한창호 지음
볼피
대문호 괴테는 공직자 경력이 절정에 이른 30대 무렵(1786년), 도망치듯 떠난 이탈리아에서 나태에 가까운 느린 삶에 사로잡혔다. 철학자 니체는 1889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토리노에서 심하게 채찍질 당하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울다 쓰러진 뒤, 광기에 사로잡힌 상태로 10여년을 살다 죽었다. 약자에 대한 동정을 경계하라고 말해온 40대 학자의 아이러니컬한 학문적 죽음이다. 영화평론가인 저자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탈출의 땅이자, 벗어나고픈 욕망의 끝에 이탈리아가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이탈리아에 7년 머물며 바라본 사회·문화적 풍경을 영화·문학과 함께 엮어내는 2부작 중 ‘알려진 도시’를 다룬 1부. 로마·피렌체·베네치아·밀라노·토리노·시칠리아 등을 돌아본다. 할리우드 감독 윌리엄 와일러가 ‘로마의 휴일’로 로마에 핑크빛 로맨스를 불어넣었다면, 이탈리아 감독 파울로 소렌티노는 출세작 ‘그레이트 뷰티’에서 늙음과 죽음에 대한 매혹으로서의 로마에 오마주를 바친다. 시칠리아의 황금빛 태양 아래 오랜 야만과 신화의 종결을 찍어낸 ‘대부’ 시리즈는 코폴라 감독이 선배 감독 비스콘티에게 배운 황금빛 이미지가 가득하다. 앞으로 출간될 2부는 ‘숨어있는 도시’를 다룰 예정.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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