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과 치유의 시 읽기
홍지유 2023. 5. 13. 00:29
나희덕 지음
창비
이 시론집은 시인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2003년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후 20년 만에 펴낸 시 평론 모음이다. 책을 관통하는 두 키워드는 자본주의와 생태주의. 1부 ‘자본세에 시인들의 몸은 어떻게 저항하는가’는 일그러진 자본주의와 이로 인한 생태 위기의 시대에 시가 어떻게 저항하고 있는지 되짚어 본다. 백무산, 허수경, 김혜순의 시를 통해 문인의 문제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2부는 작가론. 저자의 문학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정현종·김종철·강은교부터 신예 조온윤·박규현까지 신구세대 시인을 두루 조망한다. 세상을 떠난 기형도·박영근·최영숙을 다룬 글에서는 이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백석·윤동주·김수영에 관한 글을 모은 3부는 한국 현대 시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한다. “주로 시인의 문학과 삶을 사숙(私淑·마음속으로 본받아 학문을 닦는 일)하거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쓴 이 글들에는 어쩔 수 없는 편애가 들어있다”는 게 저자의 고백이다.
저자는 “성냥팔이 소녀가 필사적으로 그어대던 성냥의 불꽃처럼 이 시대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펴낸다고 했다. 시로써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신념이 책 곳곳에 드러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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