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일본과의 상생, 험로(險路)지만 미래로(未來路)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앞으로 크게 발전하리라는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한 전기가 마련됐다. 사실 2011년 중단된 셔틀외교 재개만으로도 큰 진전임은 틀림없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강제징용 배상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이룬 소기의 성과보다는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장(章)이 더 기대된다. 우리 정부가 먼저 채운 물컵의 절반 위에 나머지 물이 추가로 채워질 수 있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와 한국의 여야, 양국 국민 모두의 사려 깊은 참여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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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틀외교 복원됐지만 가시밭길
양국 관계 개선은 위기탈출 기회
철저한 준비로 구체적 성과 내면
설득력 높이고 공감 얻을 수 있어
」
친일 프레임에 걸려들어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불이익을 받을 것을 너무나 뻔히 알면서도 한·일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윤 대통령의 이니셔티브가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모처럼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보다 더 세밀하고 철두철미한 준비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난 3월 강제징용 해법을 내놓을 때만 해도 약간은 섣부르기도 하고 서투르기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시작은 비록 울퉁불퉁했고 덜컹덜컹댔지만 어떻게 해서든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목표만큼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그동안 보여 왔던 야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친일 프레임을 씌워 정부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만 하는 자세로는 일시적으로 지지율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장기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21세기 한·일 간의 미래관계 초석을 놓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계승은커녕 그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자기부정의 함정에 깊이 빠져들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절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일본 문화 개방을 설득시켰으며 한·일 교류를 활성화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한·일 셔틀외교를 시작한 주역이다.
반일 프레임만으로, 죽창가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더 현명한, 더 이성적인, 더 설득력 있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진보를 지향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만 집착하고 소아적인 민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자신들이 그렇게 비난하는 일본의 극우파와 다를 게 무엇인가. 야당은 건전한 비판으로 한·일 관계가 잘 항해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잘 인도해야 할 것이다.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는 변수가 아니고 언제나 튀어나올 수 있는 상수다.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독도 영유권 문제는 하시라도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올여름으로 예상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의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당장의 핫이슈다. 이런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는 일본 당국과 잘 조율해야 할 것이다.
일본은 어찌 됐던 우리에겐 큰 도전이자 기회이며 모델이기도 하다. 과거의 적으로 대할 것이냐, 미래의 친구이자 파트너로 대할 것이냐는 우리의 태도에 달려 있다.
앞으로 한·일 사이에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당장에 윤 대통령은 오는 19일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아 다시 한번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다고 한다. 오는 23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를 위해 한국 전문가 시찰단이 일본을 방문한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게 외교다.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항복을 요구하거나 절대적인 양보를 강요하면 누가 이를 수용할 것인가. 서로 한 걸음씩 물러나 결국에는 서로 한 걸음씩 전진하는 결과를 낸다면 이것이야말로 현명한 해법이 아니겠는가. 모처럼 물꼬를 튼 한·일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여야, 국민 모두 응원과 격려, 비판과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종 도착지는 국익이라는 역이다.
한경환 총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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