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대 간의 문제는 연금만이 아니다

2023. 5. 1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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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의 2022년 한 해 적자만 32조원, 현재까지 발행한 채권은 80조원, 하루 채권 이자만 40억원에 육박한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미수금 9조원, 올 1분기 미수금 3조원을 채권으로 막고 있다.

이제라도 하루빨리 현세대가 우리가 사용한 전기와 가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현명한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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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요금 묶어 쌓인 적자
미래세대에 떠넘겨서는 안돼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전력의 2022년 한 해 적자만 32조원, 현재까지 발행한 채권은 80조원, 하루 채권 이자만 40억원에 육박한다. 올해 1분기에만 8조원어치 채권을 또 발행했다. 한국가스공사도 지난해 미수금 9조원, 올 1분기 미수금 3조원을 채권으로 막고 있다. 채권은 결국 이자를 추가로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비자는 사용하지도 않은 전기와 가스에 대한 이자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사용자에게 부과하지 않은 전기·가스요금에 그 이자까지 다음 사용자에게 떠넘겨야 하는 실정이다.

과연 이제까지 누적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를 소비자에게 요금으로 전가할 수 있을까. 한전이 재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주장한 ㎾h당 51.6원 인상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10원을 올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정치권은 한창 공방을 펼쳤다. 10원 인상안에도 시끄러운 마당에 여름철 폭염에 전력 수요가 폭증할 때 과연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수 있을까. 올겨울 한파가 몰아닥쳐 전기와 난방 요금이 동시에 오른다면 과연 이때 원가를 반영한 요금 인상을 할 수 있을까. 현실을 보면 당연히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답이 나온다. 과연 언제 올릴 수 있는 것인가. 내년에는 총선이 있고, 2년이 지나면 대선이 다가온다. 정치권은 항상 선거에서의 승리가 당면한 최고 과제다. 이제 공공요금 문제는 한전이나 가스공사의 문제냐 아니냐를 떠난 지 오래고 금융시스템과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정치를 위해, 선거를 위해 전력 위기와 그 산업적 파국을 내버려 둘 것이 자명하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현재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고 이미 사용해버린 전기와 가스는 결국 누군가가 요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요금을 올리는 것이 요원하다면 재정을 투입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미청구 전기요금과 그 이자까지 부담하거나, 전기·가스 사용량과 상관없이 세금을 더 내거나 둘 중의 하나밖에 선택지가 남지 않았다. 이 공공요금 문제는 현재 청구조차 되지 않은 현세대의 문제를 미래 세대가 이자나 세금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꼴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그로 인한 세대 간 연금 불평등 문제가 미래의 가장 큰 사회적·경제적 문제가 될 것임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납된 전기·가스요금은 연금보다 어쩌면 더 불평등한 문제다. 미래 세대는 본 적도 쓴 적도 없는 앞세대의 전기와 가스요금 청구서를 받아볼 게 뻔하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어서 연금 개혁을 하라는 사회적 요구는 높지만 이를 해결하려면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 세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도 먼저 손들고 희생을 각오하지 않는다. 이미 연금 하나만으로도 답이 없는 연립방정식을 풀고 있는 우리 앞에 전기·가스요금 방정식까지 더해진다면 이런 방정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답은 더 찾기 어려울 것이다. 세대 간 갈등과 반목만이 기다릴 뿐이다. 이제라도 하루빨리 현세대가 우리가 사용한 전기와 가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죄를 짓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부 부채를 작아 보이게 하고 싶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적 문제는 이제 현세대가 책임져야 할 숙제다. 더 늦기 전에 미래 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현명한 결단’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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