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협정 종료 땐 7광구 분쟁수역화…윈윈 해법 찾아야 [한·일 정상회담 그 후]
SPECIAL REPORT - ‘한·일 대륙붕협정’ 2년 뒤 존폐 기로
우선 공동개발협정의 체결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9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북해대륙붕사건의 판결에서 대륙붕을 연안국 육지 영토의 자연적 연장으로서 이를 해양경계획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국제법 추세에 맞추어 한국은 이듬해인 1979년 ‘해저광물자원개발법’을 제정하여 제주 남방 200㎞까지 넓은 수역에 7개의 대륙붕 광구를 설정하였다. 한국의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 수심 1000m에 이르는 단층까지 자연적으로 연장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경계획정 원칙, 일본 유리한 ‘중간선’ 돼
한국의 선제적 조치에 놀란 일본의 요구로 양국 간 대륙붕 경계협상이 개시되었다. 한국이 대륙붕의 자연 연장설을 내세운 데 대해, 일본은 중간선 원칙을 주장하였다.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결국 양국의 주장이 중복되는 제7광구와 제4, 5, 6광구의 일부를 공동개발구역으로 설정하고 이 구역에서 양국이 공동으로 탐사하고 채취하기로 하였다. 당시 한국으로서는 대륙붕을 자체 개발할 자본이나 기술이 없었고, 국제법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일본도 한국과 타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일본이 협정 종료를 통보한다면 이후 공동개발구역은 어떻게 되나. 혹자는 협정이 종료되면 공동개발구역이 곧바로 일본의 수역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협정이 종료되면 한국과 일본은 모두 협정상 인정된 공동개발구역에서의 공동 탐사와 채취권을 잃게 된다. 그렇지만 협정이 종료되더라도 우리 ‘해저광물자원개발법’과 ‘UN해양법협약’에 따라 우리가 설정한 제7광구를 비롯한 광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일본도 이들 수역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것이다. 양국이 모두 공동개발구역을 자국의 대륙붕이라고 주장하므로 이 구역은 경계미획정 구역이 된다. 경계미획정 구역에서는 한국은 물론 일본도 해저 굴착과 같이 해저에 영구적으로 자연적·물리적 영향을 주는 탐사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양국은 또한 해양경계에 관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이를 위태롭게 하거나 방해하는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해양문제는 해양경계를 획정함으로써 근원적이며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경계미획정 구역에서 분쟁 없이 대륙붕 개발과 탐사 활동을 위해서는 해양경계가 획정되어야만 한다. 양국은 그간 경계획정을 위해 협상을 진행하여왔지만 2010년 이후 중단됐다. 주된 이유는 일본이 주장하는 동해상 독도 영유권 문제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동해에서의 해양경계획정은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남부구역에서의 해양경계획정은 마냥 미룰 수 없다. 공동개발협정이 종료되면 이 구역에서 한·중·일 3국 간 법적 진공상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부구역에서 현재 적용되고 있는 ‘한일어업협정’과 ‘대륙붕 공동개발협정’은 EEZ와 대륙붕의 해양경계획정에 유용한 기초가 될 수 있다. 공동개발구역의 서쪽 경계는 현상을 유지하되, 일정 수역은 공동수역으로 재설정하여 함께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협정 종료되면 ‘JDZ’ 일본에 귀속 우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해양 패권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는 물론 대만 해협과 관련하여 매우 공세적인 해양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공동개발구역의 상부 수역은 중국으로서는 태평양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출구이다. 한·미·일 모두에게도 해양 전략상 대단히 중요한 수역이다. 중국은 한·일 간 공동개발협정 체결 당시부터 이를 부인하고, 공동개발구역을 넘어까지 대륙붕 권원을 주장하고 있다. 협정은 지난 50여 년간 이 구역에서 국제해양법상 안정적인 법적 울타리를 제공하여왔다. 협정이 종료된다면 중국이 이 구역에 대한 자신의 대륙붕 권원을 내세우며 직접 권리 행사를 주장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이 경우 남부구역은 한·중·일 3국의 해양 권원 주장이 경합하는 분쟁수역이 되어, 심각한 해양 충돌마저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양국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에 미칠 정치·외교적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일본으로서는 굳이 협정을 종료하여 현상을 변경할 실익이 없다 할 것이다. 새 집이 완성되기도 전에 지금 있는 집을 부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협정을 연장하거나 이를 대체하여 한·일 간 해양경계를 획정하는 것이 유익하다 할 것이다. 공동개발구역을 개발·탐사하기 위해서는 한·일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만 한다.
대륙붕 공동개발문제는 한·일 간 오랜 갈등인 독도 영유권이나 위안부·강제동원·교과서 등 역사문제와는 본질적으로 결이 다른 문제이다. 이는 갈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협력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양국은 대륙붕 공동개발과 해양경계획정을 양국이 함께 추구해야 할 공동 번영의 문제로 인식하고,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 양국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번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 이후 전개될 양국 정상의 후속 셔틀 외교에서 공동개발협정 문제를 의제로 포함하여 해결방안을 함께 도출해야 할 것이다. 대륙붕 공동개발문제의 해결이 양국이 새롭게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실질 협력 관계를 추동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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