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국회의장단 만찬…“양당 원내대표 만나달라” “가도록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나 “민생을 살리는데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변화의 길에 국회가 함께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나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가도록 하겠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국회의장단과의 만찬을 마무리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번 회동은 윤 대통령이 집권 2년차 국정과제 추진에 입법부의 협조를 구하는 것과 함께 최근 한·미,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만찬에는 김 의장과 함께 김영주·정우택 국회부의장,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김 홍보수석 등이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방문 중 국회의 한·미 동맹 70주년 결의안 통과가 큰 도움이 됐다”면서 김 의장에게 사의를 표했다. 그는 이어 한·미,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공유하고 “한·미 동맹과 한·일 관계 개선이 미래 세대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의 나라를 위한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는 취지로 화답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한·미, 한·일 동맹은 대한민국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한·일 의원 연맹에 이어 조만간 구성될 한·미 의원 연맹이 변화하는 세계 질서에 대처하는 시스템 외교로 진화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집권 2년차 국정에서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데 국회가 함께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최근 전세 사기와 각종 금융 투자 사기로 서민과 약자들의 피해가 큰 만큼 국회에서 세심하게 챙겨달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며 “이 같은 변화와 민생의 길을 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야당을 포함한 입법부와 소통을 늘려달라는 취지의 제안도 나왔다. 김 의장은 윤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양당 원내대표와 이달 말 새로 선출될 상임위원장단을 대통령께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좋은 제안에 감사하다. 제가 가도록 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제1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대통령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아닌 여야 원내대표를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으나,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 대표부터 만나는게 순서’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윤 대통령과 김 의장 등은 만찬 장소로 들어서기 전 녹지원에 서서 차를 마시며 날씨 등을 주제 담소를 나눴다. 이어 상춘재에 입장해 3시간 이상 만찬을 이어갔다.
메뉴로는 구절판과 탕평채, 민어회, 갈비찜 등 한식이 준비됐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 당시 만찬 메뉴에서 민어회 등이 추가된 메뉴로 만찬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김 수석은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단과 회동한 건 취임 후 세 번째다. 취임 첫 달인 지난해 5월24일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 등과 만났다. 이후 정부 출범 100일을 갓 넘긴 그해 8월 17일 김 의장 등 국회 후반기 의장단과 만찬 회동으로 만났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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