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고, 마운드에 3·70 쓰고…수베로 보낸 한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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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부진한 감독이 떠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채우는 게 프로야구의 세계다.
수베로 감독과 작별 인사를 하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묻자 "좀 울먹이긴 했다. 이제까지 감독님과 해온 시간이 있으니까 슬프긴 했다"면서도 "그거는 마음에 담아두고 일단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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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성적이 부진한 감독이 떠나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이 채우는 게 프로야구의 세계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은 베테랑 선수들은 이별의 아쉬움을 티 나지 않게 마음에 갈무리할 수 있지만, 어린 선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전격 경질된 11일, 노시환을 비롯한 한화의 젊은 선수들은 눈물로 감독을 떠나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감독은 바뀌어도 야구는 계속된다.
최원호 2군 감독을 새 수장으로 앉힌 한화는 1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5-2로 승리해 3연승을 달렸다.
이 경기에서 9회 쐐기 1점 홈런을 때려 시즌 8개의 홈런으로 이 부문 리그 공동 선두에 나선 노시환은 경기 후 "어수선한 분위기는 신경 안 썼고, 승리에만 집중했다. 그라운드에서 뛰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수베로 감독과 작별한 아쉬움을 애써 눌렀다.
수베로 감독과 작별 인사를 하며 울었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냐고 묻자 "좀 울먹이긴 했다. 이제까지 감독님과 해온 시간이 있으니까 슬프긴 했다"면서도 "그거는 마음에 담아두고 일단 시즌이 많이 남았으니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과는) 고생 많았다. 이제까지 많이 배웠고, 정말 같이 있는 동안 행복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작별 인사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선배님들은 (감독이 바뀌는) 경험을 많이 하셨지만, 우리 같은 어린 선수는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선배님들이 잘 이끌어 주셔서 오늘 경기도 승리했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날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 역투로 5-2 승리를 지킨 신인 투수 김서현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작별의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서현은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맨손으로 '3'과 '70'으로 보이는 숫자를 썼다.
어떤 의미를 지닌 숫자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수베로 감독의 등번호가 3번, 함께 팀을 떠난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의 등번호가 70번이었다.
마치 이 숫자들이 자신을 지켜주기라도 한 것처럼, 김서현은 최고 시속 159㎞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SSG 타선을 잠재우고 데뷔 첫 세이브를 챙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김서현이 수베로 감독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기 시작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김서현은 수베로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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