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하고 개방적인 암컷들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다!
송용준 2023. 5. 12. 23:03
‘암컷은 수동적·수컷은 활동적’
뿌리깊은 생각에 의문품고 연구
동물 성별, 이분법 구분 불가능
‘조신한 암컷 신화’ 사실과 달라
번식 독점하고… 무리 이끌고…
“구식의 성차별적 믿음 버려야”
뿌리깊은 생각에 의문품고 연구
동물 성별, 이분법 구분 불가능
‘조신한 암컷 신화’ 사실과 달라
번식 독점하고… 무리 이끌고…
“구식의 성차별적 믿음 버려야”
암컷들/루시 쿡/조은영 옮김/웅진지식하우스/2만2000원
세상에는 많은 고정관념이 있지만 특히 인간을 포함한 동물을 바라볼 때 성별에 따른 뿌리 깊은 편견이 자리 잡고 있다. 암컷은 수동적이고 수컷은 활력이 넘친다는 생각이 오랜 기간 우리를 지배해 왔다.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유명한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암컷은 착취당하는 성이다. 착취의 진화적 근거는 난자가 정자보다 크다는 사실에 있다”고 썼을 정도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도킨스의 제자였던 루시 쿡은 ‘정말 그럴까’라고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다윈의 진화론부터 시작돼 도킨스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지배해 왔던 이분법적 성이나 자비로운 모성신화 등으로 대변되는 암수에 대한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며 ‘암컷들(원제 Bitch)’이라는 책을 내놨다.
저자는 암수에 대한 다윈의 이론이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산물이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마다가스카르의 정글과 케냐의 평원, 하와이와 캐나다의 바다 등을 찾아다니며 기존 상식과 달리 암컷을 ‘재정의’하고 있는 연구자들과 만나 “동물의 암컷은 수컷만큼이나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공격적이고 우세하고 역동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저자는 당장 동물의 성은 암수의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무정부 상태’라고 말한다. 음경이 달린 암컷 두더지와 점박이하이에나 등 암수 이분법을 파괴하는 성적 모호성을 가진 종을 비롯해 암컷끼리 커플을 이루는 앨버트로스와 더불어 코모도왕도마뱀과 같이 환경에 따라 단성생식을 하는 동물들도 보여준다.
또한 특히 남성은 난잡한 짝짓기로 진화적 이익을 얻고 여성은 일부일처제에서 이익을 얻는다는 ‘조신한 암컷 신화’도 뒤집기에 나선다. 암사자 중에는 발정 기간 하루에 최다 100번까지 여러 수컷과 교미한 기록도 있다. 호주의 동부요정굴뚝새가 둥지에서 키우는 새끼 중 4분의 3이 파트너가 아닌 다른 수컷의 새끼로 판명 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사회적 일부일처와 성적 일부일처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암컷이 유전적으로 새끼를 돌보는 데 적합하다는 ‘모성신화’도 물고기의 3분의 2는 암컷이 알을 낳고 떠나면 수컷이 새끼를 돌본다는 것과 수컷이 알을 돌보는 동안 영토를 방어하는 호전적 암컷 열대어 사례 등을 통해 반박한다. 동물의 육아에서 성모마리아와 같은 모성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정함과 덜 이기적인 마음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 성만 새끼를 돌보도록 프로그래밍이 된 것이 아니라 둘 다 양육의 본능을 자극하는 뇌 구조를 장착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한 성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암컷이 무리를 이끄는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는 전체 111종 중 90%가 암컷이 명령을 내리고 지배한다. 아프리카 콩고의 보노보는 혈연관계가 아닌 암컷들이 공격적인 수컷을 제압하기 위해 서로 뒤를 봐주면서 연합하는 자매애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한다. 대부분의 동물이 폐경과 수명이 같지만 인간과 일부 고래는 그렇지 않다. 특히 범고래는 폐경 이후에도 수십 년을 살면서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무리를 이끄는 ‘여족장’의 역할을 한다.
흔히 짝짓기와 권력을 위한 투쟁은 수컷의 전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암컷끼리도 경쟁한다. 아프리카 토피영양의 경우 암컷이 훌륭한 수컷을 차지하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다. 미어캣의 여족장은 번식을 독점하기 위해 경쟁자의 새끼를 죽여 잡아먹을 만큼 잔혹하다. 사마귀나 황금무당거미처럼 암컷이 교미 후 수컷을 잡아먹는 성적 동족 포식을 하는 사례도 많다. “저녁 식사와 데이트를 한 번에 해결하는 암거미의 성향은 빅토리아 시대 남성 동물학자들에게 여러모로 모욕적이었다. 이 암컷 킬러들은 사랑이 전쟁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았을 것”이라고 강한 암컷에 대해 불편해할 사람들에게 농담을 던진다.
작가는 “구식의 성차별에 대한 믿음을 고집한다면 여성과 남성이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부채질하고 남녀 사이를 이간질하고 성 불평등을 조장할 것이다”라고 강변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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