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자구안’ 미흡하지만 전기료 인상 더는 미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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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한전)이 어제 기존 자구안 20조1000억원에 5조6000억원을 더한 자구안을 또 내놓았다.
여권이 뼈를 깎는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압박하자 1조원에 육박하는 '알짜 부동산' 매각과 전 직원 임금동결 및 인상분 반납이 포함된 자구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자구안에선 빠졌지만 올해 1588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등 한전의 부실을 키우는 한전공대 지원 문제도 속히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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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구조조정안 없어 비판 고조
에너지요금 결정구조도 손봐야
자구안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한전아트센터를 임대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9층짜리 남서울본부는 지하에 변전소가 있어 당초 매각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여론에 밀려 변전시설을 뺀 상층부만 매각키로 했다.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임대도 추진키로 했다. 한전 및 그룹사의 2급 이상 임직원 4436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 4030명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키로 했다. 6만2000명에 달하는 전체 임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상분을 반납하는 방안이 추가로 추진된다. 한전은 이를 통해 3년간 25조7000억원의 재정 건전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한전은 이 자구안에 동참해 줄 것을 노조에 공식 요청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는 “직원들의 일방적인 고통분담을 담은 것이어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노조 동의가 없으면 없던 일로 될 사안을 자구안으로 발표한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방만 경영의 한 축인 인력구조조정이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전직원의 뼈를 깎는 쇄신을 주문한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시늉만 한 고통분담”이란 질타가 쏟아지겠나. 어제 정승일 사장의 사의표명 역시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한전이 고강도 추가 자구책을 내놓아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번 자구안에선 빠졌지만 올해 1588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등 한전의 부실을 키우는 한전공대 지원 문제도 속히 정리해야 한다. 한전공대를 다른 대학과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한전이 적자 기업이 된 데는 탈원전 등 문재인정부의 빗나간 에너지정책과 정치적 전기요금 통제 탓이 크다. 문 정부가 경제논리가 아닌 표를 노린 정치셈법으로 접근해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않은 게 지금의 위기를 키웠다. 한전은 지금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체계로 전기를 팔수록 손해보는 적자구조다.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도 10조원대 적자가 예상된다. 전력구입을 위해 한전채를 발행하면서 생긴 이자만 지난해 1조4000억원이다. 한전의 자구안은 미흡하지만 전기요금을 인상할 명분은 일단 마련됐다. 윤석열정부는 진작에 2분기 전기요금을 올려야 했음에도 국정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계속 미뤄왔다. 전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을 그렇게 비판하더니 똑같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더는 지체돼선 안 될 일이다. 이참에 정치 논리가 좌우하는 에너지요금 결정 구조도 반드시 손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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