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日의 ‘선택적 미안함’과 ‘역사 결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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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일본을 다녀왔다.
생애 첫 일본 방문은 13년 전 교토였다.
자신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종식을 '패전'이 아닌 '종전'이라고 하는 점, 그 전쟁의 마침표를 찍게 한 미국의 원폭 투하를 '1945년의 공습'이라고 하는 점,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 정말로 '스미마셍'이라고 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사과하지 않는 그들의 '선택적 미안함'과 특유의 '역사 결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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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일본을 다녀왔다. 생애 첫 일본 방문은 13년 전 교토였다. 그 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의 여러 도시를 다녀왔다. 처음엔 한국과 일본이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문을 거듭할수록 그 생각이 꼭 맞는 것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대표적인 차이점이라면 ‘스미마셍(すみません)’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일본인들의 언어습관이 아닌가 싶다.
한 일본통으로부터 “‘자신의 실수’란 건 그들만의 매뉴얼에 상정돼 있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은 나중 일이었다. 그 설명을 들으니 많은 게 설명됐다. 자신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종식을 ‘패전’이 아닌 ‘종전’이라고 하는 점, 그 전쟁의 마침표를 찍게 한 미국의 원폭 투하를 ‘1945년의 공습’이라고 하는 점, 일본군 위안부와 일제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주장하는 점, 정말로 ‘스미마셍’이라고 해야 할 결정적 순간에 사과하지 않는 그들의 ‘선택적 미안함’과 특유의 ‘역사 결벽’ 말이다.
이러한 일본의 이중성을 루스 베데딕트(1887~1948)는 저서 ‘국화와 칼’(1946)에서 일찌감치 설명했다. 이 책은 일제 패망 1년 전인 1944년 미국 정부의 의뢰로 쓰였다. 당시엔 적이었던 일본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미국의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금도 고전으로 꼽힌다.
기자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할 즈음 일부 야당 의원들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반대하기 위해 항의 방일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물잔 외교’를 두곤 ‘통 큰 양보’니 ‘대일 굴욕외교’니 하는 말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졌다. 일본은 우리의 자중지란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띠지 않았을까.
배민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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