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속문해력] 한글, 그리고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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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있으면 매년 스승의 날로 맞이하는 세종대왕 탄신일이다.
세종대왕은 교육, 과학 분야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한글(훈민정음)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만의 독보적 문화유산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그중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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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장 큰 한글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제자원리에 담긴 언어학 원리도 우수하지만, 한글의 진정한 가치는 좀 더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쓸 수 있게 되면서 그 전까지 한자를 아는 사람들이 독점하고 있던 대부분의 정보를 많은 백성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전까지 존재하던 계급 간 정보의 불균형이 대폭 완화되면서 ‘정보 접근성 혁명’의 기운이 급속하게 퍼져 나가게 되었다. 결국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단순히 글자를 창제한 사건을 넘어 ‘정보 접근성 혁명’을 주도한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인류 역사상 중요한 ‘정보 접근성 혁명’을 가져왔던 사건은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등장인데, 인터넷은 컴퓨터를 통한 정보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개선하여 사용자 간의 정보 불균형을 대부분 해소하였고 인공지능은 대량 학습으로 사람과의 원활한 대화가 가능해져 인간의 생활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인공지능이 초기에 사용하던 말은 사람의 말과 사뭇 달라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인공지능이 오롯이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량 학습이라는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언어를 꾸준히 학습하게 된 인공지능이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의 말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만난 것 같은 시원함으로 인공지능과 격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한글 창제와 인공지능의 언어능력 발달 모두 ‘정보 접근성 혁명’을 통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하루가 다르게 언어능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인공지능이 회계사 자격 시험에서 상위 10%에 해당하는 성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만들게 되는 말과 글도 관심을 가지고 다듬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승재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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