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 둘러싼 미국의, 미국에 의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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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한·미 정상이 미국 반도체지원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을 논의하느냐였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반도체 시설을 신·증설하지 못하고 첨단 제조장비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국 견제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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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워-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크리스 밀러/노정태 옮김/부키/2만8000원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방미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한·미 정상이 미국 반도체지원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nd Science Act)을 논의하느냐였다. 칩스법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이 10년간 중국에 반도체 시설을 신·증설하지 못하고 첨단 제조장비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국 견제 법안이다. 중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있고 중국을 저버릴 수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피해가 불가피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업을 위한 조치가 나오길 기대한 것이다.
미국은 당초 반도체를 냉전시대 군사 우위를 유지하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국방부의 납품기지로 전락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전자산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해외 생산기지를 찾아나섰고, 일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970년대 트랜지스터 기술로 전자산업을 키운 일본은 반도체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고, 결국 인텔이 일본의 공세를 못 견디고 D램 분야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해외 공장쯤으로 여기던 일본에게 반도체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르다는 위기감을 느낄 때 삼성전자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했다. 인텔이 메모리 칩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할 때 일본 D램 기업들은 높은 시장 점유율에 취해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을 무시했다. 1980년대 말 90%에 달하던 일본 시장 점유율은 1998년 20%까지 내려앉았고,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D램 최대 생산자로 등극했다.
당시 대만도 미국 최대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출신 모리스 창에게 백지수표를 주며 TSMC를 세워 반도체 신화를 쓰고 있었다.
설계는 미국, 생산은 대만과 한국, 장비는 유럽과 일본이 담당하는 글로벌 분업체계가 확고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화웨이의 부상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2010년대 말 중국 반도체의 성장 속도라면 과거 일본이 그랬듯 2030년 실리콘밸리를 위협할 태세였다. 트럼프정부가 안보를 명분으로 미국산 기술로 만든 모든 제품의 화웨이 판매를 금지하며 반도체로 중국 숨통 조르기(Chip choke)를 본격화한 이유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반도체의 기술적 발전 과정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 패권의 역사를 군사적, 지정학적, 경제적으로 분석해 마치 한 편의 첩보영화처럼 그렸다. 그러나 ‘칩 워’는 반도체 패권을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전쟁으로, 책도 철저하게 미국적 시각에서 썼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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