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와 상관없는 일 [詩의 뜨락]

2023. 5. 12.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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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벚나무가 뿌리째 뽑혀 떨고 있다
어긋난 수직과 수평이 서로를 부축하고 있었다
겨드랑이가 간지러운 나무는
때가 되었다며 꽃망울을 터뜨렸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필사적이다
자세에 개의치 않고 지금과 다른 무엇이 되려고 한다
어디로 가는 길인지 지나치게 비탈지지만
나무는 쓰러진 게 아니었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넘어진 나를 일으켜 꽃나무로 서는 일이다
아직 후들거리는 다리로

-시집 ‘하루는 죽고 하루는 깨어난다’(걷는사람) 수록

●이영옥 시인 약력

△1960년 경주 출생.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사라진 입들’, ‘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 등 출간. 부산작가상 수상. 백신애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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