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의 여정 따라 생태계 위기 탐조[책과 삶]
날개 위의 세계
스콧 와이덴솔 지음·김병순 옮김
열린책들 | 560쪽 | 3만2000원
탐조(Birding)는 새를 관찰하는 활동이다. 한국에서 발견되는 새의 종류 중 80% 이상이 철새다. 탐조인들은 봄이 오면 마라도·어청도·소청도를, 겨울이 오면 전남 순천만을 찾는다. 철새의 신비로운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미국의 자연사 작가 스콧 와이덴솔의 탐조 경력은 50년이 넘는다. <날개 위의 세계>에서 알래스카 툰드라 지대, 황해 갯벌, 사하라 사막, 지중해를 거치는 철새의 여정을 따라가며 생태계 위기의 현실을 보여준다. 기후위기는 날씨를 바꾼다. 겨울은 짧아지고 여름은 길어진다. 이는 철새가 이동 경로에서 필요한 먹이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 시간표를 바꾼다. 극심한 조수 간만의 차가 해안 습지를 침수시키고, 높은 기온이 식물 군락을 파괴하고, 줄어든 강수량이 호수를 황무지로 만든다. 철새는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죽는다. 불법 사냥꾼들의 총탄에 맞아 죽고, 고층 빌딩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다.
저자는 탐사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일화를 통해 철새를 조사하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한다. 북극제비갈매기는 1년에 약 9만1000㎞를 날아간다. 철새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려면 철새 다리에 고유번호를 적은 가락지를 달아 날려 보낸 뒤 철새가 발견된 장소를 기록 한다. 최근에는 무게가 0.5g에 불과한 작고 가벼운 광센서 기록계인 ‘지오로케이터’도 사용한다.
철새가 지구 자기장을 시각화하는 능력으로 장거리 비행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것, 비행 전에 운동을 하지 않고도 근육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 뇌의 좌우 반구를 번갈아 멈추게 하며 휴식한다는 것 등 최신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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